졸업식
올해 졸업식장에도 여지없이 밀가루와 계란이 등장했다. 9일 오전 대전 D중학교 앞.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까만 비닐봉지에 숨겨두었던 밀가루를 꺼내 든 졸업생들은 주위 학생들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교문 앞은 삽시간에 밀가루 천지로 변했고, 밀가루가 날리면서 뽀얀 안개를 만들어 냈다.
일부 졸업생들은 밀가루와 함께 계란을 던졌다. 한 편에서는 밀가루 세례를 피하려는 졸업생과 기필코 밀가루를 뒤집어 씌우겠다고 쫓아다니는 친구의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20여분 만에 ''밀가루 세례식''이 끝나고 삼삼오오 졸업생들이 흩어진 교문 앞의 광경은 그야말로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 같았다.
교문 앞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10여 대는 고스란히 밀가루 ''유탄''을 맞아 온통 하얗게 변했고, 인근 상가 유리창도 뽀얀 밀가루 먼지를 뒤집어 썼다.
거리 이곳저곳에는 밀가루 봉지와 계란 껍데기가 아무렇게나 굴러다녔고, 밀가루와 계란으로 범벅이 된 교복도 2~3벌가량 ''용도폐기''된 채 버려져 있었다.
이 학교 앞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A씨는 "1년에 한 번 학생들이 기분을 내려고 그렇게 하는 것 같아 이해는 간다"면서도 "때때로 케첩이나 계란을 함께 뿌리는 등 (도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할 때도 있다. 보기에 썩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을 한 C여고 역시 졸업생들의 밀가루 세례로 교정 곳곳은 하얗게 변했다.
졸업식이 끝난 후 주변 청소를 맡은 이 학교 B양(2학년)은 "선배들의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나는 깨끗하게 졸업하고 싶다"고 했다.
졸업식에 참석했던 학부모 C씨(43·여·중구 목동)는 "우리 때도 밀가루를 뿌리고 하는 것은 있었지만 그 때는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과 헤어져 눈물바다로 변하기도 했다"며 "요즘 아이들은 그 때 같은 정은 없고 그저 재미로 밀가루나 계란을 던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열렸던 대전구봉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졸업생들이 자신들의 교복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행사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