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시절 이지현
88년 혜성같이 나타나 ''바람아 멈추어 다오'' ''난 아직 사랑을 몰라''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 ''Love For Night'' ''늦지 않았어요''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낸 가수 이지연(36). 앳된 얼굴의 여고생 가수 이지연이 17년만에 팬들에게 돌아왔다.
나이는 17세나 더 들어 올해 서른 여섯이 됐지만 자그마한 체구의 가녀린 외모는 그 시절 그대로다. 톱의 위치에서 갑작스럽게 결혼한 후 도미, 팬들에게 수많은 궁금증을 안겼던 이지연이 17년 만에 그간의 일들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이지현
17년 전 최고인기 등지고 미국행 기다려준 팬 사랑에 노래로 보답콘서트7080·팬 미팅 행복한 시간 이지연은 90년 히파이브(He5)의 멤버였던 정국진씨와 갑작스럽게 미국으로 떠났다. "가족에게 편지를 쓰고 왔는 줄 알았는데 가족들이 나중에 편지도 쓰지 않았다고 하더라"는 그의 말처럼 이지연은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도망치듯 미국으로 갔다. 92년 돌아와 한차례 음반을 내기도 했지만 팬들은 그렇게 떠난 이지연을 외면했다.
● 힘들었던 ''여고생 가수'' 생활… 우울증, 대인기피증 시달려
이지연보다 10살 연상인 정씨는 당시 이지연의 아픔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보듬어줬다.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연예계의 루머들을 안고 살아야만 했던 당시의 이지연에게는 그를 선택하는데 고민이 없었다.
"그 땐 너무 힘들었어요. 고등학생 때라 학교도 가야했는데 일도 너무 많았고, 40kg 밖에 안 나갈 정도로 몸이 약했는데 그 일들을 감당하지 못한 거죠. 또 당시 나를 둘러싼 루머들을 견딜수도 없었고요. 어린 나이에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쳤어요."
아픔이 많았던 가수 생활은 미국에서도 그를 계속 괴롭혔다. 우울증에 시달렸고 끊임없는 피해의식에 빠져 있어야 했다.
또 대인기피증도 있어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렸다. 미국에 갔지만 한인 사회와 담을 쌓고 지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다시 그 나이로 돌아가면 ''여고생 가수''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란 그의 말도 이해가 갔다.
"10대는 일에 대해 즐길 수가 없는 나이였어요. 판단력이 흐려서 실수만 많이 하죠. 감정적으로만 움직일 뿐 일의 즐거움을 몰랐어요. 나 역시 이전엔 팬들 만나는 일조차 귀찮아서 싫다고 했고 짜증도 잘 냈었죠. 사인을 해 달라고 오면 피해다니기 급급했고요. 내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 팬들이란 것을 아는데 말이죠."
어두운 생활에서 그를 끄집어 낸 건 신앙이었다. 불과 3년전에 크리스찬이 된 이지연이지만 그의 신앙심은 누구보다 독실하다. 아직 예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도 신앙을 가진 후 마음 편한 생활을 하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할 정도다.
"그룹 ''닥터레게'' 출신 김장윤 전도사의 복음성가(CCM)를 듣고 교회에 가서 성경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지인 교회에 다니며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 목회자들의 설교를 들었어요. 그 때에도 절대 한국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국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도 하나님의 뜻이었던지, 6~7개월전부터 한국 교회에 나가며 신앙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에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람들을 두려워 했다는 이지연. 그러나 교인들의 따뜻한 사랑이 대인기피증도 치유해줬다. 마음의 병을 없애준 신앙이 그의 인생에 특별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 17년 미국생활 나를 버티게 해준 건 신앙, 그리고 남편 신앙과 함께 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17년간 한결같이 그와 함께 한 남편이다.
"남편 뒷바라지를 하면서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을 쓰는게 행복했다"는 그의 말은 남편이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 가늠케 한다. 10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지만 나이는 이들 사이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남편은 순수하고 자상한 사람이에요. 다정다감하고 나를 잘 챙겨줘요. 난 경북 대구 출신이라 그런지 좀 무뚝뚝한데 남편이 이런 나를 자상하게 잘 받아줘요. 물론 싸우기도 하죠. 그런데 그게 다 서로의 사랑법이 틀려서 그런 것이지 싫어서가 아니란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죠."
이지연은 얼마 전 김혜림 원준희 조덕배 등 80년대 활발하게 활동했던 가수들과 ''추억의 동창회 : 프랜드 80'' 콘서트 무대에 서서 녹슬지 않은 노래 실력을 보여줬다.
또 KBS 1TV ''콘서트 7080'' 무대를 통해 시청자들도 만났다. 100여명들의 팬들와 함께 한 팬 미팅도 가졌다.
팬들과 무대에 너무나 익숙했던 이지연. 그간 돌아오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는 이 질문에 "처음에는 돌아오고 싶었지만 이제는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연예계를 떠난 후 너무 편안했고 이제는 평범한 삶이 너무나 익숙하단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이번처럼 좋은 기회가 있으면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 1차 목표는 2세 갖는 것… 그 다음엔 CCM 가수 되고파 17년의 시간은 그에게 돈과 인기를 위한 여고생 가수로서가 아닌, ''이지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무대에 설 수 있는 여유를 준 셈이다.
현재 이지연의 당면 목표는 2세를 갖는 것이다. 이미 그는 두 차례 유산을 경험했다. 결혼 초기에 한번, 그리고 최근 또 한번 아픔을 겪어야 했다. 만약 유산을 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번 한국행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다음의 목표는 CCM 가수가 되는 것. 그리고 그의 매일 아침 새벽 기도 주제가 되는 북한을 위해 선교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이지연에게 독실한 크리스찬인 가수 팀이 ''북한 어린이 돕기 친선대사'' 자격으로 얼마 전 북한에 가서 라이브 무대를 선사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얼굴이 환해지는 이지연의 모습에서 얼마 후 북한에 있을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수들 재능 많지만 음악은 비슷" 이지연, 한국 가요계 아쉬움 피력
이지현
이지연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88년 가수로 데뷔했다. 그 전에 그는 이미 ''이진영''이란 본명으로 연예계 활동을 했다. 지금의 연예인들에게는 대선배인 셈이다.
이지연은 현재의 한국 가요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재능있는 가수들은 많은데 음악이 비슷한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 시절에 오히려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많이 사랑을 받았는데 지금 인기가 많은 가수들의 곡은 장르가 한정된 것 같다"며 "다양한 음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자신 역시 어린 시절 가수생활을 한 만큼 그는 "어리고 재능있는 친구들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천천히 오랫동안 즐기면서 음악을 했으면 한다"며 후배들에 대한 걱정과 함께 깊은 애정도 드러냈다.
이지연은 당시 가수 활동 뿐 아니라 ''한 지붕 세 가족'' 등 드라마에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끊임없이 연기 제안이 들어왔지만 고사했다.
그는 "나에게 제안했던 배역들이 오연수 신애라 등에게 돌아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지연은 88년 KBS 가요대상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고, ABU 가요제에서 3위에 입상해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수많은 CF를 찍은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