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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여자친구가 영화를 보고나서 ''너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너가 화나게 할 때를 생각하면서 했다''고 했죠. 하하하."
아주 섬뜩한 캐릭터였다. 역할을 맡았던 연제욱의 말을 빌면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녀석''이란다. ''여고괴담''의 박기형 감독이 만든 신작 ''폭력써클''의 고교 불량 서클 ''짱'' 한종석 역을 맡은 연제욱은 이 영화에서 살기가득하고 독기어린 연기를 펼쳤다. 영화에서 한종석은 가장 무시무시한 존재이자 주인공 상호(정경호)를 살인범으로 만드는 대립각의 갈등인물이다.
이제 갓 스무살의 연제욱은 단지 KBS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2''에서 장난기많고 소심한 고등학생 고상필로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을 뿐이다. 두번째 출연작이자 영화 데뷔작에서 그는 범상치 않은 연기를 보여줬다. 흔히 볼수 있는 고교 깡패가 아니라 교복입은 조폭같은''작고 독한놈''의 면모를 제대로 선보였다.
당구장에서 시비거는 군인을 죽기 일보직전까지 흠씬 두들겨 패주지 않나, 자신의 불량써클 일원이 당한 복수를 하는데 상대 고교생의 다리 뼈를 잔인하게 부러뜨린다. 종국에는 피가 낭자한 유혈극의 원인을 제공하는 그야말로 절대 악의 연기를 더할나위 없이 선보였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연제욱의 눈 뒤집고 달려들어 상대방을 기선제압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떨치지 못할 것 같다.
이제는 20대 남자배우중 최고라는 평을 듣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류승범의 초창기 데뷔시절을 연상케한다는 반응까지 듣는다.
"제가요?그렇다면 영광중에 영광이죠. 류승범 선배는 제 절대 우상인데 그런 선배랑 비교얘기를 하시면 전 부끄러울 따름이죠. 이제 시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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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 없는 눈에 어찌보면 영화속 종석처럼 날선 이미지가 언뜻 묻어 나오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 연제욱은 선한 눈매에 오히려 수줍은 소년같은 모습이다.
악역?, 사실적이고 인간적이잖아요
처음에 캐스팅을 위한 오디션을 봤을 때는 종석 역할이 아니었다. 전적으로 감독의 판단으로 처음부터 다시 대본을 잡아들고 시작해야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당구장에 거의 가지도 않았어요. 당구도 못치는 걸요. 사실 전 소풍이나 수학여행가면 친구들 웃기는게 더 재밌고 즐거웠죠. 개그맨 심현섭 선배를 제일로 좋아했었답니다. "
영화가 시작되기전 정경호가 연제욱에게 조언을 했다. "막상 종석이라는 고교 짱 역할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경호 형이 ''달콤한 인생''을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김뢰하 선배나 황정민 선배의 연기를 보면서 분석해봤죠."
실제 영화에서는 편집에서 빠졌지만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못되고 독한 모습보다도 더 쎈 모습도 있었다고 하니 정작 본인도 꽤 부담스러웠을 듯 하다. "연기 할 때는 우선 캐릭터에 집중하다보니 별로 몰랐는데 나중에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는 정말 제가 봐도 무섭긴 하네요. 아버지는 시사회에서 보시고 격려해주셨는데 어머니는 깜짝 놀래시는 거에요. 제모습에 말이죠. 하하하."
류승범의 찌릿찌릿한 연기를 보면서 더욱 연기에 대한 욕심을 불태웠고 설경구의 연기를 보면서는 강하고 거친 남자의 캐릭터에 반했단다. "악역이라고 좋고 나쁜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악역은 다른 역할보다 더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면이 많아서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촌형을 졸라서 시작한 연기자 활동을 시작했다는 연제욱은 "''폭력써클''이 주는 메시지는 절대로 무모한 폭력은 안된다는 거에요. 관객분들이 좀더 영화가 보여주고 하는 진짜 속뜻을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면서 예상외로 저조한 흥행에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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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욱은 영화가 주는 매력을 ''영화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라고 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작품을 통해 앞으로 관객들이 다양하게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다. 이제 막 움터오르며 당찬 포부를 밝히는 떡잎에서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력을 선보인 연제욱, 앞으로의 활동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