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인기그룹 동방신기가 3집을 들고 돌아왔다. 가요계를 대표하는 아이들 그룹으로 입지를 다진 이들이 3집으로 꺼낸 카드는 뜻밖에 ''정반합(正反合)''이다.
앨범 출시에 맞춰 지난 30일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4만여 명을 운집시킨 가운데 대규모 쇼케이스를 연 동방신기는 이 자리를 통해 앨범 제목이자 타이틀곡인 ''"O"-정.반.합.("O"-正.反.合.)''을 공개했다.
이 노래에서 동방신기는 "원리도 원칙도 절대 진리도 없는 것 시대 안의 그대 모습은 언제나 반(反)이었나 (중략) 이제 난 두려워 반대만을 위한 반대 끝도 없이 표류하게 되는 법 나 이제 찾는 건 합(合)을 위한 노력일 뿐"이라고 외쳤다.
작곡가 유영진이 만든 이 곡은 인기 아이들 그룹이 2집까지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들고 나온 노래치곤 의외다.
철학자 헤겔에 의해 완성된 변증법 논리의 삼단계인 ''정반합''은 하나의 주장인 정(正)에 모순되는 다른 주장 반(反)이 만나 이 보다 종합적인 주장인 합(合)에 통합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런 무거운 주제는 "네가 속한 사회는 모두 정반합의 흐름 속에서 끝도 없이 새로워져 없던 길도 만들어가"로 이어지는 ''"O"-정.반.합.''의 난해한 가사로 표현된다.
때문에 과연 ''정반합''이 동방신기의 주요 팬층인 10대에게 얼마만큼 쉽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반대가 있으면 정의가 있고 둘이 합쳐 사회가 움직인다"이런 우려를 두고 동방신기는 ''정반합''의 외침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1집 ''트라이 앵글''과 2집 ''라이징 선''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꼬집었고, 여기서 ''"O"-정.반.합.''이 탄생했다는 뜻이다.
쇼케이스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노윤호는 ''"O"-정.반.합.''을 두고 "1, 2집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외친 것과 달리 반대가 있으면 정의도 있고 반대와 정의가 함께 ''합''을 이뤄 사회가 움직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시아준수는 "반대만으로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라 정과 반이 합쳐져 합이 된다는 뜻"이라며 "결국 ''합''을 가사의 중심에 뒀다"고 설명했다.
1, 2집이 한 쪽의 입장만 전했다면 3집은 양면의 주장이 있어야만 사회가 구성된다는 의미를 담은 것. 이는 곧 동방신기의 성장과도 직결되지만 여전히 대중과 빨리 친숙해 질 수 없는 거리도 함께 만든다.
동방신기
5명의 향상된 가창력 인상적 팬들에게 어려운 숙제를 안겼지만 3집은 전작보다 훌쩍 성장한 동방신기의 가창력이 귓가를 잡는다.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유노윤호가 "일본에서 전국 투어를 진행하며 멤버들의 가창력이 부쩍 늘었다"면서 "3집에서 5명의 늘어난 가창력을 기대해도 좋다"고 했던 자신감이 빈말이 아닌 듯 11곡을 통해 전해지는 가창력은 인상적이다.
주로 랩을 맡았던 믹키유천이 차지하는 보컬이 늘었고, 유노윤호와 영웅재중의 가창력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는 수록곡 ''겟 미 섬(Get me some)'', ''리멤버(Remember)''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방신기는 "3집은 컴백이 아닌 데뷔"라고 다짐했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라며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그 중 시아준수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기 마련"이라며 "가장 중요하고 행복한 것은 우리가 하고 싶은 노래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3집을 발표한 ''현재''의 의미를 밝혔다.
철학적 주제를 담은 3집을 통해 아이들 그룹으로서 독창적 행보를 선언한 동방신기는 1일 오후 SBS ''생방송 인기가요''를 시작으로 활동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