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연가'' 만든 작곡가 이영훈, 20년간 왜 이문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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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인터뷰] 히트곡 묶은 음반 ''옛사랑'' 발표한 작곡가 이영훈

이영훈

 



솔직하게 말하자. 작곡가 이영훈에게는 뗄 수 없는 수식어가 있다. ''이문세의 작곡가''.

그가 만든 ''광화문 연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가을이 오면'', ''그녀의 웃음소리 뿐''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히트곡이 모두 이문세를 통해 발표됐음을 돌이켜 볼 때 무리한 수식어도 아니다.

대중은 쉽게 이영훈의 이름 뒤에 이문세를 붙이지만, 작곡인생 20년을 맞은 이영훈은 이제 오롯이 자신의 이름만 남길 바라는 눈치다.

이영훈은 최근 히트곡을 묶은 음반 ''옛사랑''을 발표했다. ''광화문 연가'' 부터 ''애수''까지 1980년대를 풍미한 13곡을 담았다. 이 노래들은 이문세가 아닌 새로운 가수에게 불려졌다. 임재범, 이승철, 박완규 부터 전인권, 윤도현, 정훈희를 거쳐 신혜성, 버블시스터즈, 클래지콰이까지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이영훈의 ''옛사랑'' 안에 함께 모였다.

여러 가수의 노래를 묶은 컴플레이션 음반이나 베스트 앨범 출시는 있었지만 작곡가가 자신의 노래를 다른 가수에게 선물해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 완성한 앨범은 드물다.

"20년동안 발표한 노래가 120곡쯤 됩니다. 올해가 작곡을 시작한지 꼭 20년이 되는 해인데, 한 작곡가가 긴 시간을 보내면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감성과 시각, 느낌으로 음악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데뷔 10주년이 되던 해, 비슷한 음반 제의를 받았지만 "20주년에 하자"며 거절했던 게 벌써 10년 전이다.

그 사이 이영훈의 노래들은 ''리메이크 바람''을 타고 높은 인기를 얻었다. 조성모, 이수영, 서영은, 신화 등이 이영훈의 노래를 다시 불렀다. 당시 가요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이영훈 붐'' 혹은 ''이문세 붐''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리메이크하겠다고 후배 가수들이 부탁할 때마다 ''그만해야지'', ''이 번이 마지막이다'' 했었어요. 리메이크 열풍에 묻혀서 결국 제 원래 노래는 잊혀질 수도 있고 또 리메이크 전문 노래라고 인식될 수도 있었거든요. 반복되면 결국 제 노래에는 마이너스가 되는 겁니다."

이영훈은 이런 형상을 지켜보면서 ''옛사랑''의 계획이 구체화시켰다고 했다.

임재범·전인권·이승철·윤도현·클래지콰이 참여

''옛사랑'' 타이틀곡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은 임재범이 차지했다. 무엇보다 힘을 뺀 임재범의 목소리가 얼마나 편안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나 흥미롭다.

전인권과 윤도현, 박완규, JK김동욱이 함께 부른 ''그녀의 웃음소리 뿐'' 역시 흘려 들을 수 없는 값진 노래로 다시 태어났다. 또 1980년대 감성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클래지콰이가 열창한 ''애수''는 세대를 넘나드는 매력이 돋보인다.

한 장의 앨범에 모두 16명(팀)의 참여를 이끌어낸 이영훈은 각 곡을 배분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서로 부탁하는 일이 조심스러웠어요. 고생이 많았죠. 정확하게 노래와 어울리는 가수를 찾았습니다. 워낙 인기있는 가수들이라 일정을 맞추고 녹음하는데 2년이나 걸렸어요. 모든 악기도 직접 연주해 녹음했습니다. 피아노 조율비만 어마어마하게 나왔죠"

하지만 긴 작업 시간이 싫지 않았던 눈치다.

"정훈희 선배님의 참여는 영광입니다. 자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소중한 분 이시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버블시스터즈가 부른 ''붉은 노을''도 힘있게 완성돼 만족스럽습니다."

이영훈은 내년 초 ''옛사랑'' 2집을 발표한다. 김건모, 윤도현, 리쌍 등이 참여해 첫 번째 음반에 미처 담지 못한 히트곡을 넣을 계획이다. 이는 2006년에 시작해 2007년으로 넘어가는 일명 ''이영훈 프로젝트''로 1집 음반이 발매되자 마자 각종 음악 차트를 석권해 2집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영훈

 



"10년동안 내가 정말 작곡가인가 의문"

가요계에 오래 남을 특별한 작업을 일궈내고 있는 이영훈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왜 이문세인가'' 그리고 ''왜 광화문인가''.

첫 번째 물음에 대한 답은 이렇다.

"1년에 3~4곡 밖에 쓰지 못하는데 그걸 이문세 씨가 모두 갖고 갔어요(웃음). 한 가수만 작업하니까 발라드 작곡가로 알려져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10년동안 내가 정말 작곡가인지 걱정도 들었어요. 작곡가라는 게 세인의 평가에 의한 것일 뿐이지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말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문세 씨와는 잘 맞았어요. 그렇게 10년이 빨리 지나더군요. 이문세 씨와 정규앨범 8장, 라이브 음반을 4장정도 했습니다. 곡을 빨리 만들지 못하고 한 사람과의 작업에 익숙해져 시간이 흘러간 것 같아요."

그의 노래에 왜 빠지지 않고 ''광화문''이 등장하는지도 답했다.

"''광화문 연가''에 광화문 네거리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실제로는 없는 지명이었어요. 저는 이순신 장군이 서 있는 곳을 말한 건데(웃음). 사실 제 감성의 출발은 언제나 광화문과 덕수궁이죠. 워낙 궁을 좋아하니까(웃음). 유년기부터 광화문 주변을 자주 찾았고 그 시간에서 감성을 키웠어요."

광화문에 대한 이영훈의 열정과 애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내년쯤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미 뮤지컬 대본은 완성했어요. 주변에 자문을 받아보니 다행히 호평해주더라구요. 쉽게 말하면 그룹 아바의 음악으로 완성된 뮤지컬 ''맘마미아''를 생각하면 될거예요. 이영훈의 노래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니까요."

정동 교회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인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이영훈이 ''옛사랑'' 1, 2집에 이어 지금까지의 음악 활동에서 쌓은 역량을 모두 쏟아내는 무대다.

"''옛사랑''도 과연 제가 뮤지컬을 할 수 있나, 없나는 검증받는 심판대입니다. 진행 중이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기 장르가 변하고 음악 환경이 달라지는 중에도 ''본성''에 충실한 음악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이영훈의 꾸준한 음악 작업에 가요계 안팎의 눈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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