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헌
운동 선수가 팀을 이탈하면, 시쳇말로 ''소풍갔다''는 표현을 쓴다. 대학 시절부터 프로 입단 첫해까지, 소풍을 밥먹듯이 다닌 주인공이 있다. 바로 울산 모비스의 정상헌(24··192cm)이다. 모비스의 전지훈련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정상헌을 만났다. 씨름 선수 같았던 예전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건강한 모습에서 방황이 끝났음을 짐작케 했다.
''삶은 계란만 먹으며 16kg 감량''정상헌의 이름 석자 앞에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붙는다. ''코트의 풍운아''가 바로 그것. 경복고 시절 방성윤(SK)과 함께 고교 최대어로 꼽혔던 정상헌은 2001년 고려대에 입학했으나 자유분방한 성격탓에 팀 이탈과 복귀를 반복하다 결국 지난 2004년 재적당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지난 2005~2006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8순위로 대구 오리온스에 지명됐으나 또 다시 팀에 적응하지 못한채 팀을 이탈, 지난 시즌 한 경기도 코트에 나서지 못했고 지난 6월 성준모(오리온스)와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모비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모비스로 팀을 옮긴지 4개월째. 방황을 끝낸 정상헌이 성공적인 코트 복귀를 노리고 있다. 하루 종일 삶은 계란 몇 개로 버티며 혹독한 다이어트를 감내한 끝에 108kg에 육박하던 체중도 무려 두달 만에 92kg까지 줄였다. 그의 하고자 하는 의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하는 부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80kg 후반대까지 체중을 줄여야하지만, 탄력과 스피드 등을 점점 되찾아가고 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오래 쉬었는데도 불구하고 패싱과 슈팅 등 경기 감각이 살아있는 것이 신기하다"며 "훈련도 성실히 하고, 선후배들과도 잘 지내는 등 늘 웃고 다니는 팀의 분위기메이커다"라는 말로 모비스 팀 안팎에서 잘 적응하고 있음을 확인해줬다.
''허재같은 플레이메어커 되고 싶어''문제는 실전 감각. 정상헌은 "예전에는 탄력 등에서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오랜 공백으로 인해 자신감이 무너져버렸다"며 "특히 감독님께 지적당하는 부분을 계속 지적당하거나 하면 없던 자신감이 더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헌은 미국 전지훈련지에서 가진 ''매직 존슨 올스타팀''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감각 및 자신감을 점차 회복해가고 있다. 오는 2006~2007시즌, 성공적인 재기를 믿고 있는 그의 최종 목표는 태극마크.
"팀내에서 리딩가드와 슈팅가드를 오가며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하고 싶다"는 것 역시 그의 또 하나의 목표다. 고교시절 가드와 슈터를 모두 소화했던 그는 "허재 감독님(KCC)의 플레이스타일을 닮고 싶다"고 말한다.
전지훈련지에서 여전히 체중 감량을 위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정상헌의 모습에서 그의 목표 달성이 멀지 않음을 예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