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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쏭바강''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박영한씨가 23일 오후 6시 30분 경기 일산 백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59세.
지난 2003년 위암 수술을 받았던 고인은 최근 병세가 악화해 입원했고 23일 저녁무렵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
1947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박영한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공장과 부두 노동자로 일하다 뒤늦은 70년 연세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입대 후 베트남전쟁에 지원하게 되고 이때의 참전 체험을 담은 중편소설 ''머나먼 쏭바강''을 77년 ''세계의 문학''에 발표하면서 문학에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듬해 장편으로 개작한 ''머나먼 쏭바강''이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굳혔으며 박영한은 이 작품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한국 문학에서 베트남전쟁을 최초로 본격적으로 다뤘던 소설로 알려진 ''머나먼 쏭바강''은 전후를 휩쓸었던 전쟁문학들 중에서도 틀에 박힌 규격을 벗어나 인간의 실존과 역사를 묵묵히 풀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작소설이었던 ''왕룽일가(1988)''와 ''우묵배미의 사랑(1989)''은 변두리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의 이야기를 내면부터 진솔하게 표현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작가 자신이 십수 년간 도시 변두리를 떠돌며 실제로 겪은 일들을 엮었기 때문에 산업화에 밀린 이웃들의 애환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그려냈던 것이 감동의 원천이었다.
이후 ''우묵배미의 사랑'' 등은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인기를 더해갔다.
''왕룽일가''에 따르면 우묵배미는 "서울시청 건너편에서 999번 입석을 타고 신촌, 수색을 거쳐 50분쯤 달려와 낭곡 종점 근처에 있는 변두리 마을의 이름"이다.
궁핍했던 시절의 체험 그 자체가 소설이었던 ''우묵배미''의 작가 박영한은 결국 ''우묵배미'' 즈음에서 그의 마지막 숨을 거뒀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문학이 암보다 더 고통스러웠다"고 전했다. 항생제로 이어가던 힘겨운 투병 생활 속에서도 작가의 문학에 대한 애증은 빛이 바래지 않았다.
주요 작품집으로는 ''인간의 새벽(1980)'', ''지옥에서 보낸 한 철(1988), ''카르마(2002)'' 등이 있으며 ''오늘의 작가상(1978)''과 ''동인문학상(1989)''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방인숙(53)씨와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경기도 일산백병원이며 발인은 25일 오전 10시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성당.
(031)919-2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