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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칼럼] 최강 브라질이 ''늙은 수탉'' 프랑스에게 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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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프랑스^월드컵^독일

 

승리는 ''''공격하던'''' 가나가 아니라 ''''수비하던'''' 브라질의 몫

지난 27일 브라질과 가나의 16강전은 브라질의 3-0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호나우두는 경기가 시작한지 5분만에 카카의 스루패스를 절묘하게 받아서 상대 골키퍼를 시저스 페인팅으로 농락한 후 텅 빈 골대에 골을 꽂아 넣었다. 이 득점은 게르트 뮬러의 월드컵 통산 개인 최다 득점(14골)을 앞지르는 15번째 득점이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었다. 철저하게 집중 견제를 받은 호나우딩요는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카카는 자유롭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카카는 호나우두의 골을 어시스트하고, 아드리아누의 득점의 기점이 되기도 하는 등 확실히 브라질 대표팀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 후에 공격을 주도한 것은 가나였다. 가나의 공격은 날카로웠지만,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빗장 수비)가 연상되는 수비 일변도의 플레이를 펼친 브라질의 탄탄한 수비벽을 뚫지는 못했다. 가나의 수비수 멘사가 코너킥 찬스에서 날린 결정적인 헤딩 슈팅도 디다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결국 득점을 성공시킨 것은 ''''공격하던'''' 가나가 아니라 ''''수비하던'''' 브라질이었다. 추가 득점은 전반 인저리 타임에 터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카카가 패스한 공이 카푸에게 연결되고, 카푸의 센터링을 아드리아노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꽂아 넣었다. 하지만 부심은 오프사이드기를 들지 않았고, 결국 이 득점은 골로 인정됐다. 이 어이없는 득점에 하노버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가나! 가나!''''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후반에도 나름대로 공격을 피로한 가나였으나 공격진의 마무리 능력 부족으로 디다를 위협할 만큼의 날카로운 슈팅은 날리지 못했다. 가나는 0-2로 뒤지고 있던 후반 36분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의 연기를 펼친 가나의 공격수 기안이 시뮬레이션 반칙,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추격 의지를 잃고 만다.

가나의 ''''잽''''에 괴로워하던 브라질은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날리며 가나를 K.O시킨다. 기안이 퇴장 당한지 3분 후 교체 투입된 브라질의 히카르딩요는 절묘한 패스를 제호베르투에게 연결했고, 제호베르투는 골키퍼를 가볍게 제치고 아무도 없는 골대에 공을 밀어 넣었다. 이로써 스코어는 3-0. 가나로서는 핵심 미드필더 미카엘 에시앙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것과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2번째 실점을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가나는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강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강력한 미드필더진의 패스를 골로 연결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공격수들이 등장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승리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3-0. 스코어상으로는 브라질의 완벽한 승리였지만 과연 이 경기에서의 브라질이 세계 축구팬들이 기대했던 브라질이었을까? 브라질이 지니고 있는 능력은 이것이 한계일까? 과연 이 정도의 경기력으로 8강전에서 스페인을 완파했던 프랑스를 압도할 수 있는 것일까? 스코어를 무시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이러한 브라질의 ''''무능력함''''은 조별 예선 3경기에서도 계속돼 온 것이다. 브라질은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이미 4번의 시합을 치러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황제''''다운 모습은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호나우두의 신기록 달성도 빛 바랜 영광이 아닐까?조별리그에서의 답답한 모습이야 토너먼트에서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치자. 아직은 본 궤도에 오른 것이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가나전에서 브라질은 일본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상대를 유린하는 화려한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팀이 아니었다.

배신 당한 브라질 축구팬들 브라질의 한 일간지에서 가나전이 끝난 후 인터넷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브라질 축구팬의 50% 이상이 브라질의 경기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회사원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이번 가나전은 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브라질은 세 골을 넣었지만 가나에게 0-1로 지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시합이었다. 황금의 4인방(호나우두, 아드리아누, 호나우딩요, 카카)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일까?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에는 환상적인 축구를 선보여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배신당한 기분이다.''''라고 자신의 소견을 밝혔다. 브라질 축구팬들의 자신들의 팀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말 엄격하다. 이외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질책은 수도 없이 많았다.

마법사의 ''''평범한'''' 플레이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키플레이어인 호나우딩요가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나우딩요는 "나는 조연으로 만족한다."고 선언하면서 팀플레이로 우승컵을 들어올릴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확실히 호나우딩요에 대한 집중 마크를 틈타 카카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이 프리 상태에서 좋은 찬스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 보여줬던 호나우딩요의 플레이를 상기한다면 아직 그가 자신이 지니고 있는 마법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호나우딩요는 가나전 뿐만 아니라 조별리그에서도 몇 차례의 패스 미스를 범하거나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플레이로 일관하고 있었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는 4-3-3 포메이션의 왼쪽 공격수로 포진해 상대의 수비진을 허물어뜨리거나 환상적인 패스를 발하는 만능 플레이어로서 활약하고 있지만 현재 브라질의 4-4-2-2 포메이션의 왼쪽 미드필더로는 그러한 활약을 펼치기가 어렵다. 더구나 AC 밀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오른쪽 미드필더 카카와 오른쪽 윙백인 카푸의 연계 플레이에 비해 호나우딩요-카를로스의 왼쪽 라인은 제대로 된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호나우두가 정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호나우딩요 역시 움직임이 제한되는 것일 수도 있다. 브라질 대표팀의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은 상승 곡선을 타고 있을지언정 팀 전체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아직도 무르익지 못했다.

80년대의 황금 쿼텟(4인방)을 그리며 물론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일본이나 가나에 완승할 수 있는 브라질이기에 브라질답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팬들은 이러한 브라질 대표팀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우승후보 1순위로 지목 받는 팀은 확실히 승리 이상의 쾌감을 선사해야만 한다. 1994년 미국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브라질은 고전을 거듭하며, 다소 흥미가 떨어지는 축구를 했다. 우승을 했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축구다.''라는 것이 증명됐지만, 아직까지도 브라질 국내에서는 1982년 월드컵에서 2차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지코, 팔카웅, 소크라테스, 세레조 등이 포진했던 황금 쿼텟 시절의 브라질이 최강이라고 언급되고 있고 결과보다도 화려한 경기내용을 갈망하는 팬들이 많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 출전했던 지코-소크라테스-팔카웅-세레조로 이어지는 브라질의 미드필더 라인은 비록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축구 역사상 가장 빛나는 황금라인이었다. 지코는 황금 라인의 중원을 이끄는 사령관으로 당대 최고의 우아한 플레이와 창조력, 경기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고 지코의 오른편에는 소크라테스가 있었다. 그는 장신임에도 유연한 볼 컨트롤과 상대를 농락하는 환상적인 드리블이 장기였다. 팔카웅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압박에도 능했지만 키 플레이어로서 자유자재로 패스를 공급하며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세레조는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으로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누비며 동료들의 플레이를 잘 수습하고 다녔다.

황금 쿼텟 2세대의 금칠이 벗겨지기 전에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이번 대회에서 역시 호나우두, 아드리아누, 호나우딩요, 카카라는 새로운 황금 쿼텟이 마지막으로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보고 싶은 팬들이 많은 것이다. 브라질은 브라질 국민만의 팀이 아니다. 세계의 축구팬들이 바라는 브라질의 플레이는 상대팀에게 공 점유율 면에서 밀리고, 강력한 압박수비를 펼치며 카운터 어택으로 득점에 성공하는 이탈리아식 수비 축구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그들은 훌륭한 패스워크를, 훌륭한 드리블을, 그리고 훌륭한 슈팅을 기다리고 있다. 상대 수비를 허물어뜨려 바보로 만드는 장면을 보고 싶은 것이다. 현재 브라질은 그럭저럭 강한 상대들에게 승리를 쟁취하고는 있지만 이는 최소한 팬들이 바라는 모습은 아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도 수비 축구로 우승컵을 차지해 비난을 받았던 파헤이라 감독은 지금까지 "4명의 공격진이 갖춰지면 확실히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현 브라질의 황금 쿼텟은 모두 공격수이다. 80년대의 황금 4인방이 모두 미드필더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현재 브라질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꾸리고 있는 에메르손과 제호베르투는 당시의 팔카웅, 세레조에 비해 지나치게 수비적이다. 어쩌면 벤치를 달구고 있는 주닝요, 히카르딩요에게 좀 더 많은 찬스가 주어져야 브라질의 공격력이 살아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쉴 새 없이 반복되는 백패스는 보고 싶지 않다

브라질은 승리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정말 브라질다운 축구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브라질의 파헤이라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본선 무대가 개막되자 태도를 바꿨다. ''''월드컵에서 스펙터클한 경기는 필요 없다. 매혹적인 플레이보다 승리가 더 소중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경기력이 지속된다면 재미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브라질 축구팬들이 보고 싶은 것은 쉴 새 없이 반복되는 백패스가 아니다. 브라질 국민들은 아직 지코, 소크라테스 시절의 황금의 4인방이 펼쳤던 화려한 축구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에게 4명의 공격수를 활용한 아름다운 축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아니다! 브라질에는 지금 세계 최고의 축구 마법사 호나우딩요가 있다! 호나우딩요, 아직 브라질은 당신의 팀이다. 호나우도, 호베르토 카를로스, 카카라는 훌륭한 선수를 조율할 수 있는 당신은 그 어떤 축구 선수보다도 행복한 사나이다. 대회 MVP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있다. 당신의 조국 브라질에서는 월드컵 우승보다 아름다운 플레이를 더 갈망하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는 마법사의 위용을 되찾길! 승리 이상의 쾌감을 전 세계의 축구팬들에게 선사하길 염원해 본다.

* ''이것이 진짜 축구다''의 공동저자이자 x1000패치 제작자인 손영래씨는 CBS라디오 ''파워스포츠'' (FM 98.1Mhz, 월~토 오후 9시 5분 진행:박재홍, 제작:정한성) 축구전문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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