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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축구칼럼] 프랑스와 ''''프랑스적인 축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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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베르베르족의 후손인 앙리는 프랑스 빈민가에서 자라났다.

 

프랑스 축구가 모래알 조직력이라고?

월드컵 조추첨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부터 모든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은 첫 상대인 토고와 토고의 절대적인 에이스 아데바요르에게 맞춰져 있었다. 토고를 2:1로 제압한 지금 무너뜨려야 하는 적군은 프랑스 대표팀. ''레 블뢰(파랑을 뜻하는 불어.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애칭이기도 하다)''''의 특성을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1차적인 과제다. 프랑스 축구는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다음은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부제와 함께 국내 유력 일간지 1면에 실린 6월 15일자 기사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프랑스 대표팀은 ''외인부대'' 성격이다. 23명 중 16명이 프랑스령이나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이거나 이민 2세로 대부분의 선수가 프랑스 국가를 부르지도 못한다. 지단은 알제리 출신 이민 2세다. 티에리 앙리와 튀랑은 프랑스 해외령인 카리브해 연안 과달루페 출신이고, 클로드 마켈렐레와 파트리크 비에라는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과 세네갈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대표팀에 유색인종 선수가 많은 것은 전력 강화차원에서 이뤄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프랑스 대표팀은 미셸 플라티니가 활약하던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순수 프랑스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그러나 점차 전력이 떨어지면서 해외 프랑스령이나 아프리카 이민자 중 실력이 뛰어난 유망주를 발굴해 대표팀을 구성한 것이다.''''

그들이 국가를 부르지 않는 이유

얼추 맞는 내용이다. 프랑스 대표팀은 유럽 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피부가 검은 선수들이 많다. 해외 올스타팀, 혹은 아프리카 드림팀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가 프랑스 국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앙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표팀 선수들이 시합 전에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따라 부르지 않는 것은 너무 감정이 격양돼 시합을 망칠까 두려워서다. 프랑스와 유럽을 뒤집어 놓은 시민혁명 기간에 유행처럼 불리다 지금은 프랑스의 정식 국가가 된 ''''라 마르세예즈''''. 이 노래의 엄청나게 선정적인 가사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 … 피 묻은 깃발이 올랐다 … 들판에서 울리는 소리가 들리느냐 / 이 잔인한 군인들의 포효가 / 그들이 바로 우리 곁에 왔다 / 너희 조국, 너희 아이들의 / 목을 따기 위해서 … 무기를 들어라, 시민들이여! … 나가자, 나가자! / 그들의 불결한 피로 / 우리의 목마른 들판을 가득 채우자>

''''어머니''''와 ''''고향땅'''' 정도의 단어가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웬만한 군가(軍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공격적이다. 프랑스에 있어 ''''라 마르세예즈''''야 말로 프랑스적인 가치를 지키는 무형의 방패라 할 수 있다. 2002년 5월, 생드니에서 열린 프랑스컵 결승전에서 시합 전에 ''''라 마르세예즈''''가 연주되는 동안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경기를 참관하던 시라크 대통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 경기를 중단시키고 양 팀 선수들을 라커룸으로 돌려보냈다. 시합은 곧 재개되었지만 이 때 시라크가 한 말은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가 모욕 받았다''''

중국전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시세는 코트디부아르 이민 2세다.

 

모욕 받은 것은 국가(國歌)가 아니라 국가(國家) 자체였던 것이다. 대체 ''''라 마르세예즈''''가 지키려고 하는 프랑스적인 가치란 무엇일까? 딱 잘라 말하자면 ''''자유, 평등, 박애''''의 개념이다. 프랑스 삼색기의 빨강, 하양, 파랑도 이 세 개념을 상징하는 색이다. 자유와 평등은 이미 한국을 포함한 현대 민주국가의 기본 모토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박애는 대체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바로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똘레랑스는 ''''자신과 남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 혹은 이해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프랑스는 자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관대한 나라다. 이것이 프랑스 사회가 수많은 이민자, 특히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한 이유다. 평등을 상징하는 것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교육이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교육을 국가의 지원을 통해 전액 무료로 제공한다. 여기에는 축구 유소년 교육도 포함되어 있다.

프랑스식 축구교육의 힘

축구를 가르치는 프랑스의 체육관에는 스포츠를 통한 신분상승을 꿈꾸는 외국계 노동자의 어린 2세들이 넘쳐난다. 한국 대표팀이 반드시 막아야 할 프랑스 공격의 핵 티에리 앙리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모로코의 베르베르족(베르베르는 ''''고귀한 종족''''을 뜻한다.)의 후손이자 파리의 빈민가 출신인 앙리의 별명은 티티(TiTi). ''''파리의 불량소년''''을 뜻하는 말이다.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유명한 갱스터가 되었을 거라는 평가를 받는 앙리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 사회가 그에게 최고의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다른 대표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역시 유소년 교육을 통해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로 성장한 알제리계 2세인 지네딘 지단은 다음과 같은 말로 어린 시절의 가난을 회상한 바 있다. ''''근처에 상가가 있었다. 끊임없이 트럭들이 오가는 매우 활기찬 곳이었다. 어른들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짐을 옮겼다. 그에 대한 대가로 카라멜이나 돈을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축구 외에는 그런 일만 하고 있었다.'''' 그들은 출신은 다르지만 모두 프랑스인이며, 프랑스적 가치의 혜택을 받아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는 점에서 강력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외국계 유망주들이 성인이 되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 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 때부터다. 수십 년간의 투자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프랑스 대표팀을 외국의 스타들을 닥닥 긁어모아 급조한 강팀이라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이들은 스타로서 프랑스에 오지 않았다. 오히려 프랑스라는 환경이 그들을 스타로 길러낸 것이다. 덧붙여 왕년의 스타 미셸 플라티니도 인종만 백인일 뿐 사실은 이탈리아 출신인 외국계 프랑스인이다.

알제리계 이민 2세 지네딘 지단

 

따라서 프랑스에 있어 ''''레 블뢰''''는 단순히 자신들의 대표팀이 아니라 프랑스적인 가치의 상징이 될 수밖에 없다. 피부색이 다른 ''''타인''''들이 ''''자유, 평등, 박애''''라는 특유의 가치를 거쳐 지금은 프랑스를 위해 뛰는 ''''우리''''가 되어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특이하게도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축구가 아니다. 프랑스인들은 F1을 가장 좋아한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프랑스가 자국 월드컵에서 우승한 98년부터다. 이것은 프랑스 대표팀의 승리이기 이전에 프랑스적 가치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평소와 다르게 VIP석이 아닌 일반석에 등장해 환호성을 내지른 시라크 대통령은 비록 ''''역겨운 정치적 쇼''''라는 비난을 수도 없이 받았지만 지지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프랑스 증시는 무려 40%가 상승했고 실업률도 감소했다. ''''더러운 이민자들을 몰아내자''''며 소리치던 프랑스 사회의 골칫거리인 극우파 정당 ''''국민전선''''과 국민전선의 당수 르펜도 입을 다물었다. 여기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프랑스 대표팀의 유니폼 색깔이 박애를 상징하는 푸른색, 즉 그들의 별명대로 ''''레 블뢰''''라는 점이다.

그러나 ''''레 블뢰''''의 영광과 프랑스적 가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5년 10월 27일, 저소득층 거주지인 파리 북동쪽 외곽 마을 클리시 수 부아에서 경찰의 검문을 피하던 외국계 소년 2명이 송전소 변압기에 감전사하면서 이주민 2세들의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지금까지도 산발적인 폭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계에 부딪힌 프랑스 똘레랑스의 현주소였다. 프랑스인들은 어디까지나 무척 관대한 사람들이지 천사는 아니었던 것이다. ''''레 블뢰''''가 보여준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의 참혹한 실패와 맞물려 일어난 일이다. ''''레 블뢰''''와 똘레랑스의 동반추락은 우연치고는 너무나 공교롭다. 르펜은 여전히 ''''축구장을 오염시키는 더러운 이민자들을 몰아내자''''고 외치고 있다.

프랑스 축구의 딜레마는 바로 진정한 프랑스 축구의 주인공은 누구냐 하는 것이다. 박애의 전통을 계승한 필드 위의 이주민들일까? 아니면 혈통의 전통을 계승한 라틴 계통의 백인들일까? 백인이지만 외국계인 미셸 플라티니는 박애의 손을 들었다. ''''축구에 인종은 없다. 어설픈 백인들만 흑인을 차별한다.'''' 프랑스팀의 조직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서 피부색이 다른 선수들을 빗대 ''''모래알 조직력'''' 운운하는 것은 다소 무책임한 의견이다. 이들은 모래알이 아니라 한 사회가 갖고 있는 특수성으로 뭉친 진흙이다.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가 프랑스 사회에서 비록 심하게 흔들리고 있을망정 그 뿌리까지 뽑힌 게 아닌 한, 프랑스 대표팀은 외인부대이기는커녕 오히려 가장 프랑스적인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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