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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3일 한국이 토고를 상대로 월드컵 첫 원정 경기 승리를 따냈다. 거리에서 응원 하던 팬들은 이제 컴퓨터를 켜고 각종 포털 사이트나 축구 커뮤니티 등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평가하자니 왠지 수줍은 것이 사실이다. 시합에서 승리한 자신을 정확하게 더듬어 보기 위해서는 패자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저 "한국은 달랐다."는 오터 피스터 토고 감독의 립서비스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토고 축구팬들의 반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블로그로 살펴보는 토고 축구팬들의 반응집에 TV 한대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가정이 대부분인 토고에도 다행히 인터넷 공간이 있다. 물론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이고, 소수의 대학생이나 유학생 등 엘리트만을 위한 공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합에서 승리한 후 패자의 넋두리를 훔쳐보는 것은 짜릿함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취지에서 토고 사람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토고 축구 대표팀 관련 블로그(http://reinhardinho.skyblog.com)에 담긴 한국전 관련 반응을 옮겨 보았다. 안타깝게도 한국 대표팀에 대한 찬사보다는 주장 아발로의 퇴장에 대한 비난에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2002년의 이탈리아와는 달리 한국이나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열정을 불사른 박지성은 우리의 주장 장-폴 아발로의 퇴장을 불러왔다. 퇴장이 패배에 정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물론 후반전에 집중력을 잃은 것이 두 골을 헌납한 배경이다. 날씨는 매우 더웠기 때문에 경기하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말한 것들은 확실하다." (아이디 Komlan)
토고 대표팀 장 폴 아발로 선수
"패배의 운명은 피스터 감독이 사임 운운할 때부터 결정되었다. 뭐 결국 피스터 감독이 남는다고는 하지만 토고 축구 협회의 어설픈 행동이 경기의 패배를 불러왔다. 토고 축구 협회가 정신을 차리지 않는 한 토고 대표팀은 나아지기 힘들 것이다." (아이디 dddd)
"이대로라면 남은 경기들 역시 어려울 것이다. 피스터 감독이 중도에 떠났던 것이 토고 대표팀의 정체를 불러왔다." (아이디 LETOGOLAIS)
"확실히 우리의 지도자(Leaders)들은 뭔가 좀 부족해 보인다. 정치를 축구에 끌어들이면 안된다. 이는 우리팀의 발전에 엄청난 저해요소다." (아이디 komlan78)
"아발로가 문제였다. 그는 32세인척 위장하고 있지만 내가 알고 있기로는 40살이 실제 나이다. 그의 퇴장이 패배를 불러왔다." (아이디 doko)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아가사 대신 오빌랄르에게 (골키퍼 포지션에) 기회를 주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아이디 achillo)
"그나마 토고 대표팀에서는 로마오가 가장 잘했다. 첫 골을 넣은 카데르 쿠바자만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카데르에게 찬스를 만들어준 것이 중앙 미드필더 로마오다. 로마오는 패스뿐만 아니라 토고 대표팀의 중원을 확실하게 이끌었다. 비록 패했지만 로마오만은 칭찬해 주고 싶다." (아이디 Soso Malik Khalid)
"아발로의 퇴장이 문제였다. 그는 30세 가량이라고 말해지고 있지만 실제 나이는 40세 이상이다. 그는 토고 패배의 일등공신(?)이다." (아이디 Killer)
"한국 국가가 두번 울린 것이 저주로 다가왔다. 월드컵 역사상 한 국가의 국가가 두번 울린 것은 처음일 것이다." (아이디 Laurent)
"피스터 감독이 떠나면서 선수들이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 (아이디 Eddy)
"로마오는 중원에서 플레이를 잘했다. 세니야는 부상에서 회복이 덜 된 탓인지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고, 아가사(골키퍼)는 아발로의 퇴장 이후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세비가 나왔더라면 좀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다. 무스타파 살리푸는 좀 더 확실한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 (아이디 Zizi)
"혼란스럽다. 아발로가 실수하지 않았어야 한다. 니봄브 역시 아발로의 퇴장 이후 제대로 작고 큰 실수를 저질렀다.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아가사를 선발 출장시킨 것은 잘못이다. 그는 메츠에서 벤치에만 앉아있는 바람에 감각이 무뎌진 상태이다. 혹시 아세모아사의 부상 정도에 대해서 아는 사람?" (아이디 Komlan)
"아발로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왼쪽의 아세모아사는 훌륭한 플레이를 펼쳤지만 창가이는 오른쪽 측면에서 좀 더 공격적이었어야 했다. 다음 경기에서 스위스를 잡으면 된다. 한번 진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최고의 선수는 역시 첫 골을 넣은 카데르 쿠바자다." (아이디 Bel)
오늘은 토고 누리꾼들의 푸념을 엿보았다. 한국 대표팀이 다시 승전보를 올려서, 프랑스나 스위스 누리꾼들의 푸념을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진짜 축구다''의 저자 손영래씨는 ''1000배패치'' 제작자로서 CBS라디오 파워스포츠(진행 박재홍,제작 정한성 FM 98.1Mhz 월~금 오후 9시 5분) 축구전문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