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그리나
"고등학교 시절 ''엽기적인 그녀''를 보고는 차태현 씨와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영화에서 만났으니 소원성취했네요. 호호호."
여성스러움을 물씬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박 그리나(21)는 실제로 씩씩함이 더 묻어난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에 비친 구레나룻이 진한 자신의 얼굴 옆모습을 보며''그놈 참 잘 생겼다''고 하는 스스로의 자평은 박 그리나가 가진 평소 모습의 한 단면이다.
집에서는 오빠가 있음에도 아들 취급(?)을 받을 만큼 듬직함(?)을 갖고 있는 박그리나, 지난해 ''연애의 목적''에서 박해일의 물리고 물려 권태기에 이른 여자친구 희정 역으로 관객에세 얼굴을 알린 박그리나가 이번에는 강풀의 인터넷 만화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바보''에서 상수(박희순 분)를 사랑하는 희영 역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연애의 목적 ''희정''VS 바보의 ''희영''
지난해 ''연애술사''와 함께 연애를 주제로 독특한 화법으로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연애의 목적''에서 박그리나는 바람둥이 주인공 박해일의 오랜 여자친구 희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권태기에 빠진 두사람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그가 보여준 모습은 8kg이나 살찐 긴장없는 외모. 자칫 임신부가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화면속에 뚱뚱하게 비춰진 박그리나는 실제 캐릭터를 잡는데 스스로가 고민했던 설정이라고.
"아마도 연기하면서 가장 고민없이 살을 찌울수 있었던 때가 아닐까 싶어요." 이제 갓 스무살 넘은 박그리나는 화면속에서 마치 10살은 더 많아 보이는 부담스런 애인으로서 상대방이 싫증낼 것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명중시켰다.
이번에는 좀더 심화 학습이 필요한 캐릭터다. 전작에서 도식화된 캐릭터였다면 ''바보''에서는 내면연기가 필요한 캐릭터 ''희영''이다. 만화 원작에서도 그렇지만 희영은 어둡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좀더 그럴듯하게 보여지도록 하고 싶지만 얽힌 실타래처럼 늘 잘 안풀린다.
박그리나
"희영이는 음지에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어찌보면 소외계층 사람이죠. 희영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 사람 곁에서 먼저 떠나려고 해요."
박그리나는 희영을 ''빨간구두''라고 설명한다. 만화에서도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얘기지만 희영은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빨간구두를 신는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노력을 하는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결국 빨간구두를 벗어버리고 또 다른 노력(?)을 기울이다가 상수를 만나 애틋한 감정을 품게 된다. 그동안 촬영했던 4개월 동안 내면속으로 침잠하는 희영이에 빠져드는 바람에 제대로 웃어본 적이 없단다.
차태현 드디어 연기로 만나 미친듯이 내 마음대로 하고 싶었기에 연예인의 길에 들어섰다는 박그리나는 자신이 혼성밴드의 보컬을 맡기도 했다. 고등학생때부터 남다른 각오를 그려온 박 그리나는 고등학생 연극 ''품바''를 보며 무대위에서 발산한는 표현의 자유에 갈증과 욕심이 일었다. 차태현의 ''엽기적인 그녀''를 보며 나중에 함께 연기하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이제 현실에서 이뤄지게 됐다. 예상보다 일찍 이룬 꿈, 물론 이밖에도 상대 역으로 꼽은 스타(?)는 여전히 많다. 박 그리나는 차태현의 경우처럼 잘 풀릴 것으로 즐겁게 낙관하고 있다.
"차태현 선배나 하지원 선배를 현장에서 막상 접하니 참 놀라웠어요. 다들 스타인데 너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대하고 무엇보다 겸손해서 더 놀랐어요." 가족같은 현장 분위기에도 만족스럽단다. 영화''가족''을 통해 인상깊었던 박희순 선배를 사랑하는 역할이라는 점이 흥분되고 떨린다고.
남녀를 떠나서 박희순 같은 분위기 있는 배우가 되길 희망하는 그리나는 극중에서 상대역이 된 박희순을 통해 눈빛 연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의 이혜영이나 박희순 같은 배우의 연기에서는 단 한 컷이라도 눈빛의 강렬함과 스크린 한가득 꽉찬 느낌을 배울수 있다고. 박희순은 연극계에서도 손꼽히는 분위기있는 배우. 그를 통해 박그리나는 연기의 도약에 욕심도 내본다.
시나리오 작가 꿈
박그리나
중학교 이후 끄적였던 것까지 포함하면 그가 써 본 시나리오는 중단편 모두 아홉 작품.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좀 쑥쓰럽지만 결국 더 다듬고 경험을 좀더 쌓으면 시나리오 작가로 등단하는 것이 목표다.
"글을 쓰면서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면 연기하는데도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 주는 장점이 있어서 좋아요." 만화르 잘그리는 친구가 그림을 그려주고 자신은 글을 쓰겠다는 현실적인 상상도 이미 세팅돼 있다.
가을에 개봉할 화제작 ''바보''. 아직 여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올초 넉달동안 촬영하면서 빠져든 감싸주고픈 희영의 모습을 사람들에게서 평가받기를 벌써부터 조바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