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주몽, 연개소문, 광개토대왕, 대조영 등 고구려사에 족적을 남긴 영웅들의 이야기가 몰려오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 사극의 주무대가 됐던 조선시대를 거쳐 고려, 통일신라, 백제를 거슬러 올라가 이제는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고 주체성이 강했다는 고구려史에 집중하고 있다.
MBC SBS KBS 방송 3사는 오는 5월 8일 월화극으로 방영되는 MBC ''주몽''을 필두로, 경쟁에 부담을 느낀 SBS가 6월 주말극으로 편성전략을 수정한 ''연개소문'', 8월 예정인 KBS ''대조영''까지 차례로 본격적으로 고구려사를 다루는 대하 사극을 준비중이다.
여기에 사전제작으로 김종학 프러덕션이 제작해 방영권만을 방송국에 판매할 예정인 ''태왕사신기''까지 더하면 모두 4편의 사극에 흐르는 중심은 바로 ''고구려史''인 셈이다.
지금 왜 고구려史 인가?-동북공정 문제''드라마에서 해볼 건 다 해봤다''고 일선 PD들이 이야기 할 만큼 조선시대는 더이상 드라마에서 매력있는 소재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고려와 삼국시대의 일부를 소재로 가져왔지만 이 마저도 사극이 시청자들에게 줄수 있는 가슴속 뭉클한 무엇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높다. 고구려는 적어도 대중이 기억하는 역사에서 가장 진취적이고 자긍심 높았던 시기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왜곡논란으로 우리 국민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던 ''동북공정'' 문제는 드라마에 강한 모티브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태왕사신기''와 ''연개소문''은 바로 동북공정 문제를 깊숙히 짚어내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를 이끌어낼 심산이다. 여전히 기획단계에 머물고 있는 ''대조영''의 경우도 동북공정 문제를 다루겠다는 기본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가장 먼저 방영을 앞두고 있는 ''주몽''의 경우 현재 중국 촬영을 진행중인데 ''동북공정'' 문제를 얼마나 소화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초대형 대작-드라마에 사운을 건다 SBS는 ''연개소문''에 350억원을 투입할 정도로 대단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의상비만도 20억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웬만한 미니시리즈 제작 비용이다. 사극의 대형화는 최근 추세이기는 하지만 SBS는 이번 ''연개소문''을 통해 방송사의 제작 능력을 가늠해보는 중요한 시험대로 삼고 올인하고 있다.
''용의 눈물'', ''태조왕건'', ''제국의 아침'' 등 선 굵은 사극으로 감각을 인정받은 이환경 작가는 비슷한 시기 제작되는 ''주몽'', ''태왕사신기''를 두고 "정사와 퓨전은 엄연히 다르다"고 차별화된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4년전 이 작품을 처음 구상한 뒤 50여권의 전문서적과 200여편의 논문을 분석하고, 수·당나라에 대항해 나라를 지켜낸 수장 연개소문을 그릴 예정이다. 우리와의 전쟁에서 매번 패하는 중국의 모습은 ''동북공정''으로 마음이 불편한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MBC 역시 현재 방영중인 ''신돈''의 뒷심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털고 창사 45주년 ''주몽''에 사운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외부 홍보 전문 대행사를 기용한데다 내부에서도 홍보를 총괄하는 비중있는 전임자를 선정했다. 전작 대형 사극 ''신돈''이 블록버스터급 초대형 사극이라는 점만 부각돼고 스토리라인에서 시청자들에게 소구하지 못했던 점을 참작해 이번에는 초대형 사극이지만 멜로 라인이 탄탄한 드라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허준의 최완규 작가와 다모의 정형수 작가가 공동 집필하는 ''주몽''의 스토리 라인에 대해서 벌써부터 방송가의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태왕사신기''는 김종학-송지나 콤비와 한류스타 배용준이 손잡은 사실만으로 엄청난 화제를 뿌리고 있는 대작. 최근 제주도에서 크랭크인 된 이 대작은 배용준 효과로 이미 해외 수출에서도 청신호를 띠고 있다.
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태왕사신기''의 기획의도는 ''우리나라에는 왜 영웅이 없느냐''에서 출발한다. 만주벌판을 호령하고 한국 영토 확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광개토 대왕의 모습을 통해 동북공정으로 상처받은 국민 자존심을 어루만진다는 의도는 다분히 드라마 시청자의 물컹한 정서를 파고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사극의 신 명가가 된 KBS는 고구려사의 막바지에 고구려인으로서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영웅의 면모를 새롭게 그려낸다는 계획이다.
연개소문
사극의 주역들-송일국, 유동근, 배용준 그리고 최수종(?)
화려한 캐스팅과 의상은 초대형 사극의 또다른 볼거리. 각 사극의 캐스팅이 공개될 때 마다 놀라운 반응과 함께 할만한 배우들이 포진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먼저 ''주몽''에는 ''해신''으로 선굵은 연기를 펼치며 인정받은 송일국을 중심으로 전광렬, 한혜진 등이 등장한다. ''연개소문''에는 유동근을 정점으로 김갑수, 서인석 황인영 등이 ''태왕사신기''에는 배용준 최민수가 간판으로 나서고 있다. ''대조영''에는 최수종이 물망에 올라있다.
고증이 쉽지않은 고구려 시대 의상 부분도 관심이다. 방송 3사의 의상담당자들은 당시를 재현하기에는 사료가 부족한 현실속에서 조금씩 컬러를 달리하며 차별화된 의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중이다.
''주몽''의 한 관계자는 "고구려 벽화를 참조하겠지만 어차피 사료가 부족한 현실에서 창의성이 가미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연개소문''의 의상 담당자는 "고구려 의상은 철저한 고증을 거친 역사 복원의 의미가 크다"면서 중국산 수입이 아닌 국내 생산으로 독자적 의상 개발의지를 내비쳤다.
고구려사는 사료가 충분치 못해 고증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를 오히려 호기로 삼는다. 기본적 역사적 사실에 드라마적 상상력을 가미하면 오히려 더 나은 효과도 기대해 볼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청자들은 오는 5월부터 내년까지 브라운관을 통해 고구려 역사 탐방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조선시대 사극을 연출해본 한 중견 PD는 "기본적으로 30~50대 여성 시청자들을 겨냥한 드라마가 되겠지만 사극의 특성상 어느 드라마가 남성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오느냐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