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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특집 대담]"부러우면 지는 거죠" 두산-LG 팬들의 '유쾌한 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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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거, 벌써 30년?" 잠실 라이벌, 그 애증의 관계

'이 야구공에 인생을 걸었죠' 두산 팬 이연수 씨와 LG 팬 송진희 씨가 두 팀의 서울 동거 30년과 프로야구 개막을 맞아 CBS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뉴 스토커'에 출연해 야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29일 33번째 시즌의 막을 올린 2014년 프로야구. 개막 2연전 중 최대 빅매치는 단연 두산-LG의 대결였다. 전통의 잠실 라이벌인 데다 두산에서 LG로 옮겨간 김선우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거포 출신 호르헤 칸투의 결승포, LG 신인 임지섭의 데뷔 승리 등 숱한 사연과 화제를 낳았다.

'서울 맞수' LG-두산, 그 애증의 관계는 올해로 꼭 30년째가 됐다. 지난 1985년 두산의 전신인 OB가 연고지를 대전에서 옮겨오면서 LG 전신 MBC와 서울 살이가 시작됐다. 이후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는 세월 속에 두 팀의 명칭도 지금처럼 바뀌었다.

이에 CBS노컷뉴스는 두산-LG의 '서울 동거' 30년과 프로야구 개막을 맞아 특집 대담을 마련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를 이화여대에서 열 정도로 야구장의 여풍(女風)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두 구단 프런트가 엄선해 추천한 여성 팬을 CBS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본격 스포츠 토크쇼 '뉴 스토커'에 초청했다. 자부심과 경쟁심, 부러움이 섞인 90여 분 유쾌한 '장외 설전'을 지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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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야구 부인' VS LG '야구 처녀'

'나는야 야구 부인!' 70년대 고교야구 전성기 때부터 야구에 빠졌던 두산 팬 이연수 씨는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33년을 베어스와 함께 해온 장수팬이다. 사진은 지난 28일 CBS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뉴 스토커' 녹음 중 포즈를 취한 모습.(사진=황진환 기자)

 

먼저 두산 팬 이연수 씨는 일명 '야구 부인'으로 통한다. 버젓이 남편이 있지만 30년 넘게 야구와 결혼 생활을 해오고 있다. 여고 시절부터 고교 야구에 빠졌고, 프로 출범과 함께 곰군단에 꽂혀 30년이 훌쩍 넘었다. 이 씨는 "당시 OB에는 박철순, 선우대영 등 미남들이 많았다"고 회상한다.

이 씨의 성화에 야구에 문외한이던 남편은 물론 딸과 예비 사위, 아들도 모두 베어스 팬이 됐다. 야구 시즌 때문에 이 집 식구는 여름 바다를 가본 적이 없다. 연간 회원권자인 이 씨는 선수들의 이동과 기록도 꿰고 있는 전문가다.

LG 골수팬 송진희 씨는 야구 입문이 이제 4년째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처음 언니, 동생에 이끌려 야구장에 왔지만 지금은 세 자매 중 가장 열성적이다. 그러고 보니 이 집 식구는 죄다 LG다.

공교롭게 애인 없이 지낸 지도 어언 4년이다. 남자 대신 야구와 연애를 하고 있는 이른바 '야구 처녀'다. 늘씬한 몸매에 외모도 상당한 송 씨는 "남친을 만들 생각도 없다"면서 "기다렸던 시즌이 돌아왔으니 야구장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란다. 늦바람이 더 무서운 법이다.

▲"이래서 우리가 우승한다"

'야구 잘은 몰라도 열정만큼은 최고!' LG 팬 송진희 씨는 야구 입문 4년째지만 열정 하나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다. 사진은 '뉴 스토커' 녹음 도중 LG의 우승을 바라며 파이팅 포즈를 취한 모습.(사진=황진환 기자)

 

'이래서 우리가 우승한다'는 첫 주제부터 다소 의견이 갈렸다. LG팬 송 씨의 믿음은 100%였다. "지난해 워낙 성적이 좋았고 올해는 선수들이 더 똘똘 뭉쳤다"면서 송 씨는 "선수단 내 신뢰가 높은 김기태 감독 체제가 더 빛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안감은 없다. 자신감은 더 커졌다"면서 "우승은 LG"라고 확신했다.

이어 "우리는 이병규와 봉중근, 박용택 등 고참들과 오지환, 문선재, 유원상 등 젊은 선수들의 신구 조화가 잘 이뤄져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또 "그동안 선수들도 많이 키워 백업도 튼튼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씨는 조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산은 베테랑들이 적잖게 빠져 경험 부족이 우려된다는 것. 이 씨는 "코치까지 하길 바랐던 김선우와 임재철이 LG로, '종박 베어스'라고까지 했던 주축 이종욱과 손시헌도 NC로 갔다"면서 "홍성흔이 있지만 젊은 선수들을 이끌 고참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송일수 감독이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해 선수들과 소통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우승은 몰라도 4강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오래 지켜봐온 만큼 냉정한 자기 분석이 섞인 전망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죠"

'올해는 누가 이길까' 2000년대 들어 잠실 라이벌 구도는 90년대 신바람 야구를 일으켰던 LG보다는 뚝심의 두산이 가을야구에 많이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LG도 정규리그 2위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사진은 29일 2014시즌 개막전에서 LG 주장 이진영, 김기태 감독과 두산 송일수 감독, 주장 홍성흔(왼쪽부터)이 경기에 앞서 선전을 약속하는 모습.(잠실=윤창원 기자)

 

초면이라 초반 내외하듯 조심스러웠던 대담은 갈수록 신경전이 은근 달아올랐다. 라이벌이라는 말에 LG팬 송 씨는 "다른 팀과 달리 두산을 견제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치고 나왔다. 그러자 이 씨도 "지난해 플레이오프(PO)도 그렇고 그동안 우리 성적이 더 좋았다"고 맞받았다.

2000년대만 보면 두산이 앞선 것이 사실이다. 2001년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0번이나 포스트시즌(PS)에 나섰다. 반면 LG는 2002년 준우승 이후 10년 연속 가을야구에서 소외됐다. 다만 지난해 LG는 정규리그 2위로 11년 만에 PS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PO에서 두산에 밀려 KS는 무산됐다.

올해 4강 후보를 꼽을 때 이 씨는 삼성, 넥센 다음으로 "그래도 한 지붕 두 가족이니 LG를 넣어준다"고 했다. 이에 송 씨는 "미안하지만 두산 대신 KIA를 넣겠다"고 웃었다.

'치열한 승부' 잠실 라이벌 대결은 프로야구 최고의 흥행 카드다. 항상 뜨거운 명승부로 팬들을 불러모은다. 사진은 29일 개막전에서 LG 정성훈(오른쪽)이 진루를 놓고 두산 3루수 이원석과 경합하는 모습.(잠실=윤창원 기자)

 

상대팀의 부러운 점이 없을까. 먼저 이 씨는 "끈질긴 LG팬의 충성심"이라고 했다. 송 씨처럼 '10년의 흑역사'에도 팬들이 떠나지 않는다는 것. 이 씨는 "우리 아파트 경비원도 지난해에야 LG 응원한다고 하더라"며 웃음을 지었다. 숨어 있는 듯 지내다 슬금슬금 '커밍아웃'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혹시 LG의 아픈 역사를 살짝 꼬집는 것은 아닐까. 이에 송 씨는 "사실 두산이 부러운 것은 마스코트(철웅이)와 예쁜 유니폼"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두산에 부러운 점은 없다는 뜻일 터이다.

어떻게 보면 이 씨의 애정이 오랜 시간 우직하게 우려낸 곰탕이라면, 송 씨는 풀무질 신바람에 빨갛게 달궈진 쇳덩이다. 이 씨는 후후 불어가며 한 숟가락 먹을 여유가 있는 반면, 송 씨는 쇠도 녹이는 열정으로 뜨겁다.

▲"여성 신경 써줘야…팬 무시 말아야"

그래도 정말 데려오고픈 상대 선수는 있다. 송 씨는 지난해 LG에 1승1패 평균자책점 2.78(ERA)을 찍은 노경은을, 이 씨는 두산에 3승1패 ERA 2.81을 기록한 좌완 신재웅을 꼽았다. 잘 던지기도 하지만 자기 팀에 해를 주는 선수들이다. 꼭 지켜야 하는 선수로는 각각 김현수(두산)와 이병규(LG, 9번)를 찍었다.

'응원전도 잠실 라이벌!' 29일 2014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LG(왼쪽)와 두산 팬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잠실=윤창원 기자)

 

성향과 응원 팀은 달라도 야구 열정은 같았다. 치열한 신경전이 마무리될 즈음 둘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에 바라는 점을 묻자 한목소리가 됐다. 먼저 송 씨는 "여성 팬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야구장에 화장실을 늘리고 담배 연기가 나지 않도록 흡연 구역을 지정해달라"고 했다. 모델급 남성 치어리더로 여성들을 끌어야 한다는 이색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 씨는 연륜이 느껴지는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야구장의 가장 좋은 자리는 기업인과 정치인, 연예인 등 '귀족 놀이'가 펼쳐진다"면서 "특히 포스트시즌에 팬들은 부속품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 9, 10구단 창단만 하지 않고 야구장 등 시설부터 갖춰야 한다"면서 "정말 야구를 잘 아는 분이 높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0분 사이에 두 팬은 벌써 30년 '동거'를 한 듯 친해졌다. 설전이 펼쳐졌지만 유쾌했고 애정이 넘쳤다. 이 씨는 1982년 탄생부터 프로야구와 호흡해왔고, 송 씨는 그 이후 프로야구 역사를 함께 써나갈 후계자다.

뜨거운 악수를 나눈 둘은 시즌 뒤 멋진 재회를 약속했다. 과연 올해 누가, 또 어느 팀이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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