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이 한국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유명 할리우드 영화에 서울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환호성을 지르며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 홍보 효과를 비롯해 국가 브랜드가치가 높아질 거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대가 호들갑이라며 일축한다. 오히려 서울 도심의 교통 통제까지 지원하는 국가 차원의 환대가 시민 불편만 일으킨다며 불만을 표시하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나온 ‘어벤져스2’에 대한 갑론을박을 한번 정리해 본다.
영화 어벤져스 중.
▶ 어벤져스2 무슨 영화인가?
= ‘어벤져스2’의 정확한 명칭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2년 개봉한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의 속편이다.
‘어벤져스’는 마블 코믹스에 나온 동명의 슈퍼 히어로 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미 기존에 나온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인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크로스 오버 영화이다. 현재 전 세계 영화 흥행 순위 3위이자, 수익만 15억 달러(한화 1조 6,000억 원)를 넘긴 작품이다.
▶ 그 정도로 흥행한 영화가 한국에서 촬영을 하는 건가.= 그렇다. 오는 30일부터 2주간 서울 도심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마포대교, 상암동 월드컵북로, 강남대로와 청담대교 진입램프 등 6곳이 촬영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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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촬영 때문에 대규모 교통 통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 정도 통제는 2009년 국내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을 위해 광화문 일대를 12시간 막은 것을 제외하면 전무후무한 지원이다.
세빛둥둥섬도 촬영지로 알려졌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이곳에서 악당들이 탈취한 신기술을 슈퍼 히어로들이 되찾는 과정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빛둥둥섬. 한 누리꾼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역작이자 세금둥둥섬이라는 오명을 누렸던 세빛둥둥섬이 이렇게 블록버스터 영화 세트장으로 쓰인다니. 사실이라면 그나마 한 건 했다고 봐야 하나"는 글을 SNS에 남겼다. (자료 사진)
영화에서는 한국 촬영분이 20분 정도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2시간 분량의 영화에 20분이면 상당히 비중 있게 나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 그런 유명 영화에 20분씩이나 서울이 나오면 홍보 효과도 꽤 있을 것 같다.= 한국관광공사는 4,000억 원의 홍보효과와 2조 원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홍보 효과의 경우 세부적으로 영화 상영에 따른 광고효과(1,566억원), 영화 외 미디어 노출로 인한 간접 효과(2,205억 원), 관광수입 증대 효과(327억 원)으로 전망했다.
또한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방한과 관련해 한국을 홍보하는 특별영상을 제작하고 출연배우들의 SNS를 활용해 한국을 알리는 등 그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밝혔다.
이밖에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촬영으로 인한 생산 유발 효과가 251억 원, 부가가치 효과가 10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외국인관광객은 약 62만 명 늘어나고 이로 인한 수익 발생이 연 876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마블 스튜디오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촬영 및 대한민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기관 관계자들이 문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이명진 기자)
때문에 정홍원 총리는 지난 2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어벤져스2 촬영이 우리의 국가브랜드 상승과 경제적 효과 제고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며, "이번 영화 촬영이 관광산업 진흥과 국내 영화산업 발전 등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주문했다.
▶ 그런데 이 촬영에 대해 불만인 사람들이 있다고.= 표면적으로 보면 교통 통제에 대한 불만이 가장 눈에 띈다. 특히 마포대교 전면 통제가 눈에 띈다. 한강 남북을 잇는 다리가 전면 통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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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따르면, 1900년 7월 한강철교가 개통된 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촬영은 물론 행사를 목적으로 다리 전체를 내어준 적은 없었다. 교통 혼잡을 일으키는 데다 한강 다리는 국가가 관리하는 중요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88서울올림픽을 비롯한 국가적인 규모의 행사에서도 10시간 넘게 한강 다리를 전면 통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국제 마라톤 행사의 경우 최대 3개 차선을 막고 경기를 진행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요일 아침 6시부터 저녁 5시 30분까지 약 11시간을 통째로 통제하는 것이다.
또한 평소에도 혼잡하기로 유명한 강남대로도 통제가 진행된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교보타워 사거리 구간의 4개 차선을 완전히 차단한다.
▶ 다른 불만도 있는가.= 불만이라기보다 정부가 예측한 경제적 효과의 허구성에 대한 비판이 있다.
이미 몇 차례 겪은 바 있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4대강 사업이다. 공사 전 정부는 경제 살리기 효과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공사 결과 경제를 살리기는 커녕 소수 토건족의 배만 불렸고, 실제 일자리 창출 효과는 96만 개의 1%에 불과했다.
2010년에 열린 G20 정상회의 경우는 개막 한 달 전에 400조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는데, 지금 와서 보면 과연 그 말은 맞아 떨어졌는가.
이러한 반응들은 지금까지 정부 등 기관에서 어떤 일을 추진할 때마다 경제적 효과를 내세운 것이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됐지, 실제 경제 효과로 온 경우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으로 보인다.
또한 '어벤져스2'에서 한국이 어떤 이미지로 그려질지 모르는데 경제적 효과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대규모 전투 씬으로 도시가 파괴되는 모습이 그려질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런 모습도 단지 영화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홍보에 도움이 되겠냐는 반문이기도 하다.
한 누리꾼은 "007 영화 등 단골 배경이던 북한이 경제적 효과를 얻었으면, 이미 기아에서 벗어났을 듯..."이라는 촌철살인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서울의 주요 길목이 막히는 것에 대한 경제적 손실도 있을 것인데, 제대로 된 계산 없이 장밋빛 전망만 전하는 분위기도 문제로 지적된다.
▶ 우리 측에서는 단지 장소 사용에 대해서만 협조해 주는 건가.= 그렇지 않다. '어벤져스2'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외국 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로 한국에서 쓰는 제작비 중 약 30%를 환급받는다.
한국에서 100억 원을 쓴다고 알려졌으니 약 30억 원을 돌려받을 것이다. 이 인센티브는 관광진흥기금에서 지원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9일 이하로 촬영할 경우 25%를 환급받고, 14일 이상 촬영할 경우 최대 30%를 환급받는다. '어벤져스2'는 2주 촬영 예정이다.
'어벤져스2' 측이 30%를 일괄적으로 돌려받는 것은 아니다. 한국 업체와 계약을 맺을 경우 등 몇 가지 세부조항이 따라붙는다고 한다.
▶ 막상 이렇게 보니 '어벤져스2' 촬영이 이득이 없는 것 같다.= 이득과 손실의 문제는 쉽게 따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조건적인 장밋빛 전망만 하지 말고, 득실을 꼼꼼히 살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하재근 씨는 최근 한 칼럼에서 이렇게 글을 썼다.
"도시 파괴 장면이 행여 한국 이미지를 헤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파괴되는 장면이 오히려 서울을 뉴욕급 도시 이미지로 격상시켜 줄 수 있다. 일부 건물주들이 영화 속에서 자신의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걱정한다고 하는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 백악관 등은 영화 속에서 무수히 부서졌고 그래서 더욱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병헌이 출연한 '지아이조'에선 파리 에펠탑이 무너지기도 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악의 무리들'이 한국 서울을 뉴욕이나 파리처럼 '파괴할 만한 곳'으로 인지하고 쳐들어오는 데에 대한민국이 건국하고 반세기가 넘게 걸렸다."
그는 이어 "이 영화 한 편이 얼마나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가보다 이 일을 계기로 서울을 촬영에 관대한 도시, 제작협조가 잘 이루어지는 도시로 발전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다. 국내외 작품을 막론하고 서울에서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서울의 문화적 활력이 되고 그 중에 간혹 성공작이 나오면 그때 막대한 홍보 효과가 생길 것이다"고 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이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과는 상당히 다른 이미지였다. 배우 김윤진이 출연했던 '로스트'에서 한강은 청계천 수준으로 나왔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나온 '한강대교'. 작고 아담하다. (화면 캡쳐)
'하와이 파이브 오'에서 파주는 '페주(Peju)'로 나왔고, 그곳은 정글이었다. 게다가 술집에서는 즉석에서 막걸리에 뱀 피를 따라 섞어 먹는 곳으로 그려졌다. 또한 포항 역시 정글로 묘사됐다.
미국 드라마 '하이 파이브-오'에 나온 한국의 이미지. 막걸리에 뱀 피는 왜 따르는 걸까, 그리고 저런 막걸리병은 어디서 구한 걸까. (화면 캡쳐)
하재근 평론가는 "그동안 할리우드 영상물 속에서 간간이 등장한 한국은 저개발, 북한과의 대치 등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한국인 캐릭터도 비나 이병헌이 연기한 동양 킬러처럼 무술 같은 동양의 신비 위주로 그려지거나 차인표가 제의받았던 북한 테러리스트처럼 극단적인 인물이었다. 반면에 이번 '어벤져스2'에선 한국이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발전된 도시이미지로 그려지고, 한국인 캐릭터도 과학자로 등장한다고 한다. 이 또한 고무적이다"고 했다.
경제적 효과 등은 쉽사리 예측할 수 없지만 하재근 평론가의 말대로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는 데 조금 이상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