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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사냥하는 유기견…어린이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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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성 회복으로 갈수록 포악… 관리 당국 "포획 어렵다"만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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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야생성을 되찾은 유기견(遺棄犬)들이 길고양이를 물어 죽이는 등 활개를 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김혜란(57, 여) 씨는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의 자신의 집에서 길고양이들에게 6년째 밥을 주고 있는 일명 '캣맘'이다.

그동안 20여 마리의 고양이들에게 일일이 이름까지 붙여주며 자식처럼 아껴왔던 김 씨는 지난 1월 목격한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평소 고양이들이 밥을 먹으러 오는 새벽 1시쯤 집 밖에서 고양이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고양이끼리 다툼을 벌이는 줄 알고 무심히 넘겼지만, 점차 커지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놀란 김 씨가 마당에 나가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피투성이가 된 채 커다란 개들을 피해 필사적으로 담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김 씨가 소리를 지르며 개들을 쫓아냈지만, 이미 내장이 바깥에 드러날 정도로 공격을 받은 고양이의 목숨을 건질 수는 없었다.

알고 보니 이 개들은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으로 어느새 야생성을 회복해 산에서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이제는 대담하게 주택가까지 내려와 길고양이 서식지 주변에 소변으로 영역 표시를 하면서 길고양이를 사냥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 뒤로도 개들의 습격은 계속돼 1월 한 달 동안에만 김 씨가 돌보던 고양이 중 6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지만, 워낙 처참해서 차에 치인 줄 알았다"며 "사람이 근처만 가도 도망가던 개들이 이제는 가까이 가서 돌을 던져도 고양이를 놔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 들어 동소문동과 정릉 일대에서만 최소 15마리의 고양이가 유기견들에게 물어뜯겨 처참한 시체로 발견됐다는 게 캣맘들의 증언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덩치가 작은 어린아이들이 야생성을 되찾은 유기견에게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는 "농촌에서는 야생성을 되찾은 유기견들이 가축을 공격하기도 한다"며 "성북구의 개들이 특별히 광견병과 같은 이상이 있어서 고양이를 공격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개들을 경계하지 않는데 아무리 사람이라도 체구가 작으면 개가 공격적으로 대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며 "언제든 인명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문제는 이 유기견들을 당장 포획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관할 구청에도 여러 차례 신고가 들어왔지만, 구청 측은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출몰 장소나 시간대가 불특정해서 순찰을 해도 포획하기 어렵다"며 "신고를 받고 소방서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출동해도 개들이 도망치기 일쑤"라고 밝혔다.

동물구조협회 관계자도 "유기견은 멧돼지와 같은 유해조수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올무나 사냥용 엽총 등을 사용할 수 없다"며 "포획용 덫이나 입으로 불어서 쏘는 마취 주사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포악해진 유기견들이 활개를 치는데도 관리 당국은 '포획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주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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