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형제복지원 (연합뉴스)
삼청교육대와 함께 국내 최대 인권유린 사건으로 꼽히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27년째가 되도록 형제복지원에서 숨진 수백명의 시신에 대한 행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20일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대책위에 따르면 1975년부터 1986년까지 12년간 형제복지원 수감 중 구타와 강제노역, 폭행 등으로 숨진 사망자는 513명이지만 지금까지 이름이라도 확인된 숫자는 1986년 86명을 포함해 100명 남짓이다.
나머지 400여명의 사망자는 신원은 물론 시신의 행방조차 알 방법이 없다.
사망자 수도 당시 형제복지원 기간지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된 것이어서 암매장 등을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는 더욱 많다는 것이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주장이다.
일부 시신은 해부실습용으로 대학병원 등에 팔렸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1987년 신민당 형제복지원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 사망자 중 37명은 유족에게 시신이 인계됐다고 돼 있으나 확인 결과 유족 주소가 미상으로 돼있거나 허위 주소인 것으로 드러나 사망자 사인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더군다나 사상구(당시 북구) 주례동에 있던 형제복지원 부지 43만㎡는 1988년 폐쇄 이후인 1996년 한 건설사에 팔려 현재 1천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다.
폐쇄 이후 방치된 부산 형제복지원 (연합뉴스)
이 때문에 형제복지원 주변에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추진 중인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아파트 주민 반발 등으로 유골 발굴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당시 아파트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수십구의 유골이 쏟아져 나왔지만 무연고 변사자로 처리돼 부산 영락공원에 40∼50구를 비롯해 경남 등지의 무연고 묘지에 나눠 이장되는 등 사실상 방치됐다.
여준민 대책위 사무국장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유골의 발굴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확인은 물론 진상규명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아파트가 건립돼 어려움이 크다"며 "복지원 폐쇄 이후 8년간 어떤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부산시가 부지매각을 허가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군사정권이 거리의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이유로 전국에서 가장 큰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형제복지원에 매년 3천명이상 무연고 장애인, 고아, 일반 시민을 끌고 가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암매장을 한 인권유린사건이다.
연간 20억원의 국가보조금이 지급된 형제복지원에서는 각종 인권유린 행위가 자행됐지만 행정기관의 제대로 된 감시 감독은 없었다.
1987년 원생 집단 탈출을 계기로 형제복지원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사장은 재판 끝에 징역 2년 6개월의 형을 받는데 그쳤고 원생들에 대한 불법구금, 폭행, 사망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