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건설사의 매출채권이 지난해 큰 폭으로 늘어 15조원을 넘어섰다.
일부 건설사는 매출액은 줄어든 반면 매출채권은 늘어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된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시공능력 상위 상장 건설사 6곳의 2013사업연도 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 15조4천400억원의 매출채권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000720]과 삼성물산[000830], 대림산업[000210], GS건설[006360], 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028050] 등 6개사의 매출채권 규모는 1년 전 14조9천600억원보다 4천800억원어치 늘어났다.
지난해 이들 6개 건설사의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의 비율은 평균 36%에 달했다.
매출채권이란 기업이 제공한 상품과 용역에 대해 미래에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고객의 약속으로, 기업 입장에선 '받아야 할 외상값'에 해당한다.
특히 매출채권이 매출액보다 과도하게 늘어나면 회수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실제 일부 건설사는 지난해 매출 감소에도 오히려 매출채권은 크게 늘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채권은 전년보다 11.7% 늘어난 1조813억원이었으나 매출액은 9조8천63억원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14.3% 감소했다.
GS건설의 지난해 매출채권(기타채권 포함)도 4조7천853억원으로 1년 전보다 6.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매출액은 0.03% 줄었다.
매출채권이 일정 기간 내 회수되면 정상매출로 인식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기업이 매출채권의 손실을 반영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 보통 30∼90일 이내에 매출채권이 회수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액보다 앞으로 받아야 할 돈(매출채권)이 더 늘었다는 것은 매출채권 내 부실요소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매출채권보다 매출액이 많이 늘어난 건설사도 일부 있다.
현대건설은 매출액은 4.6% 늘어났지만, 매출채권은 6.9% 감소했고, 삼성물산 역시 매출액이 12.3% 증가할 때 매출채권은 5.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업계 전반적으로 볼 때 국내 건설사의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게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전문가들은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율이 25%를 넘어가면 초과액에 대해서는 회수하기 어려운 대금으로 여긴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매출채권은 공사 진행률에 따라 회수하게 되는데 지난해 공사기간이 지연되거나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 곳이 많아 매출채권이 정상매출로 인식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도 건설사들이 미분양 주택을 없애고자 할인 분양에 나서면서 매출채권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고 일부는 손실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