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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방호방재법 미처리 여권 책임 큰데 야당만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원자력방호방재법의 처리를 당부하면서 국회, 특히 야당인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정작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더 있어 엉뚱한 데 화풀이 한 격이 됐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핵테러 억제협약'과 '핵물질방호협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비준을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원자력방호방재법이 통과안돼 비준을 못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다른 법안과 연계해서 이것(원자력방호방재법)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어 참으로 유감이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다른 법안과 연계해서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는 주체'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관 법률의 일괄처리를 주장하는 바람에 원라력방호방재법이 미방위를 통과하지 못해서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게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는 24~25일 열리는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전까지 원자력방호방재법을 통과시켜야 했다면 정부가 국회에 강력하게 요청을 하고, 여론전도 펼쳐야 했다. 국회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법안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야 했다.

며칠전 청와대 관계자는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 필요성과 관련해 "여야간 회의때도 안건으로 올라갔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이은철 위원장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에게 두 번이나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이 맞다면 원자력방호방재법이 처리 안된 이유는 민주당 책임이고, 박 대통령의 말처럼 '새정치는 국익과 국민을 최우선에 놓는 것'인데 민주당은 새정치를 말한 자격이 없다.

과연 그럴까?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월 국회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언반구의 협조 요청도 없었다. 이제 와서 처리 지연의 책임을 야당에게 떠넘기는 호들갑과 치졸한 변명은 참으로 궁색하고도 유치한 모습"이라고 여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전병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강창희 국회의장과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화 내용을 보면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가 명확해진다.

정 총리는 이날 강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시급성을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한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강 의장도 "나도 전혀 몰랐고 2월 임시국회 때 시급한 법안에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 언론 보도 후에 이 난리가 났다. 정부가 소홀히 대처한 것 같다"고 정부 책임을 분명히 했다.

야당의 비협조가 원자력방호방재법의 국회 통과를 막는 한 원인일 수는 있다. 하지만 야당을 설득해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다. 그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간에 쫓겨 대통령까지 나서서 야당을 비판하는 것은 좀 뜬금없다.

2월 임시국회는 지난 4일에 끝났다. 2월 국회에 통과가 안됐더라면 여당은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해서라도 원자력방호방재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칠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느라 7일부터 16일까지 국내에 없었다.

책임은 여당에 있지만 야당에게 책임을 씌운 박 대통령의 화법을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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