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의료휴진·국정원 간첩조작 등 정국현안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송은석기자
# 한 예비후보 사무실 외벽에는 안철수 의원과 손을 맞잡은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무소속'으로 등록했지만 행인들은 현수막을 가리키며 "안철수 의원이 만드는 당에서 나오는 사람"이라고들 말한다.
# '공천 대신 사진이라도...' 지난 7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통합신당 창당 설명회에서는 안철수 의원과 사진을 찍으려는 출마 예정자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졌다. 충남 당진시장에 출마하는 이덕연 예비후보는 안 의원과의 '인증샷'을 위해 청주까지 100㎞ 이상을 달려오는 정성을 보였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과 함께 6.4 지방선거에서 '무공천'을 선언한 가운데, 정당 표방 대신 '대표 정치인 얼굴'을 내세우는 선거운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소속 정당의 무공천 원칙에 따라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의 경우 현수막이나 공보물에 정당 표방은 물론 특정 정당을 떠올릴 만한 색깔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반면 '안철수 현수막'과 같은 정치인의 얼굴은 예외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 후보자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명 정치인과 함께 활동한 사진이나 관련 문구를 넣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
대전선관위 관계자는 "상대방을 부각시키거나 지지·반대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후보 본인의 홍보를 위한 용도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대의를 지키기 위해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합의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지만, 공천제를 유지하는 새누리당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호 1번' 프리미엄을 그저 바라봐야만 하는 입후보 예정자들의 한숨은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
이들은 '정치인 사진'을 찍는데 사실상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김한길 현수막', '박원순 공보물'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과 광주, 충북 등을 방문한 안철수 의원의 경우 본 행사보다도 행사가 끝난 뒤 안 의원과의 '포토타임' 열기가 더 뜨거운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의 상징인물들이 홍보의 전면에 서면서, 일각에선 사실상 정당 소속으로 나오는 것과 다른 게 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공천'의 의미가 퇴색되는 게 아니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