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사찰에서 1923년 9월1일 발생한 간토(關東)대지진(관동대지진) 희생자 수만 명의 명단이 발견됐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고야초(高野町) 고야산(高野山)의 사찰 곤고부시(金剛峯寺)는 간토대지진 희생자 가운데 약 5만4천700명의 이름이 적힌 타일로 된 명부 약 400장이 고야산 오쿠노인(奧の院)에 있는 '간토대지진 레이하이도(靈牌堂)' 지하에서 발견됐다고 6일 발표했다.
곤고부시 측은 세로 약 18㎝, 가로 24㎝, 두께 1㎝ 크기의 장기 보존이 가능한 타일의 앞면과 뒷면에 75명씩, 즉 1장당 사망자 150명의 성명과 지명(地名)이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국가명과 성명을 기재한 외국인용 명단도 포함됐다.
또 히가시쿠니노미야 모로사마(東久邇宮師正)왕 등 지진으로 희생된 왕족 3명이 타일 1장에 1명씩 기재돼 있다고 교도는 전했다.
레이하이도는 간토대지진이 발생하고 7년이 지나고 나서 당시 도쿄 시장이던 나가타 히데지로(永田秀次郞) 씨가 희생자를 위령하기 위해 개인재산을 내 건립했다.
명부는 당시 도쿄미술학교(현 도쿄예술대)가 제작했다.
사카구치 에이신(坂口英伸·41) 도쿄예술대 비상근강사가 작년부터 곤고부시의 협조를 얻어 레이하이도를 조사해 명부를 확인했다.
소에다 류쇼(添田隆昭) 곤고부시 종무총장은 "이전부터 명부가 있다고 들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사카구치씨는 "지금까지 명부의 존재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앞으로 더욱 조사를 진행해 전체의 내용을 명확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발견된 명부에서 확인된 외국인 희생자 가운데 한국인 희생자가 있을지가 주목된다.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인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한국인과 사회주의자가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렸고 이를 믿은 일본인이 조직적으로 한국인을 학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