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상(이하 아카데미)이 미국의 깨어 있는 양심이 될 수 있을까?
3일(한국시간) 열리는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수의 영화가 미국 사회의 치부를 건드리는 실화를 다루고 있어, 이들 작품의 수상 여부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를 살펴보면 '그래비티' '노예 12년' '네브라스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아메리칸 허슬' '캡틴 필립스' '필로미나의 기적' '허' 까지(가다다 순) 아홉 작품이다.
작품상 후보의 면면을 통해 아카데미가 실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아홉 후보 가운데 노예 12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아메리칸 허슬, 캡틴 필립스, 필로미나의 기적까지 여섯 작품이 실화에 바탕을 뒀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노예 12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를 정면에서 들춰냄으로써, 미국의 깨어 있는 양심을 자처하고 나선 작품으로 평가된다.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은 1841년 납치돼 12년간 노예로 산 흑인 바이올린 연주자 솔로몬 노섭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1800년대 중반 노예 수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흑인을 납치해 남부의 노예 시장에 파는 사건이 만연했던 탓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던 것이다.
스티브 맥퀸 감독은 "160년 전에 실제로 벌어졌던 이야기의 역사적 가치를 21세기에 다시 한 번 되새기고 현대인들에게 솔로몬의 용기와 자존심이라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나누고자 했다"고 전했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에이즈 진단을 받은 뒤 스스로 처방한 복합 약물 요법으로 7년을 더 산 론 우드루프라는 인물이 실제 이야기를 그렸다.
이를 통해 성차별, 인종차별 등 사회적 편견을 비판 없이 따르던 한 인물이 주체적인 열린 인간으로 거듭나는 여정을 따라간다.
영화는 론이 미국에서 금지된 각국의 에이즈 치료약을 몰래 들여오는 과정과 이를 막는 공권력의 모습을 그리는 데 특별한 공을 들인다.
이는 당시 '레이거노믹스'라는 신자유주의 기조 아래, 국민의 건강권보다는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정부·사법 권력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역할을 한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돈이 돈을 번다'는 금융자본주의로 절정의 호황을 누리던 1980, 90년대 미국 월가에 몸담았던 조던 벨포트라는 실존인물의 회고록에 바탕을 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를 부르며 전 세계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미국의 금융자본주의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술과 섹스, 마약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탐욕의 월가의 생리를 깊이 들여다보는 작업을 통해서다.
한편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3일 오전 10시부터 채널 CGV에서 생중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