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각 후 러시아로 도피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권력을 되찾기 위해 러시아에 군사지원을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전시장 '베르톨엑스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군사지원을 요청할 것인가'란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군사행동도 허용돼선 안된다"며 "우크라이나는 단일한 통합국가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놀랐다"며 에둘러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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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코비치는 '푸틴 대통령이 당신을 여전히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는가'란 질문에 "모르겠다"면서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같은 큰 파트너 국가의 일에 무관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테러를 막기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그러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야누코비치는 약 1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수도 키예프 유혈 사태 책임에 대해 "나는 발포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면서 "발생한 일(유혈사태)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의 양심에 맡긴다"고 말했다.
야누코비치는 지난 21일 수도 키예프를 전격적으로 떠나 도피 길에 오른 이유에 대해선 "도피한 것이 아니라 동부 지역으로 과격 세력이 집결한다고 해 현지로 내려가 지지 세력을 모아 대응 조치를 취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자신과 친인척들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높아져 우크라이나를 떠났으며 우크라이나 미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자신과 가족의 안전이 보장되면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로 오게 된 배경에 대해 "(동부도시) 도네츠크와 크림을 거쳐 러시아로 왔다"며 "스스로의 의무를 이행하고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도움을 준 애국적 장교들의 지원으로 러시아로 오게됐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러시아 흑해함대 군인들의 도움을 받았음을 암시한 발언이었다.
러시아 남부도시 로스토프나도누로 온 이유에 대해선 "이곳에 오랜 친구가 살고 있으며 그의 집에서 피난처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회가 채택한 법률을 인정할 수 없으며 자신은 그것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법률들이 채택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은 법에 따른 실질 대통령이며 의회의 '연극'을 탄핵 절차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1일 주요 야당 지도자들과 체결한 협정에 대해 "이 협정이 이행됐으면 상황을 안정시키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나와 전 국민이 속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당시 야권 지도자들과 조기 대선,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 거국 내각 구성 등에 합의했으나 이후 스스로 키예프를 떠난 뒤 야권 중심의 의회가 그의 사퇴를 결의하고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의장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임명하면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야누코비치는 이 협정에 증인으로 서명한 독일, 프랑스, 폴란드 외무장관들의 권위를 믿은 게 잘못이었다며 그들을 만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답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동남부 크림자치공화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키예프에서 발생한 무력 쿠데타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라면서 "크림인들은 깡패들에게 순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크림 자치공화국은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남아야 한다"며 크림의 분리·독립에 반대 견해를 밝히고 다만 "크림은 폭넓은 자치권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에 개인자산이나 비밀계좌를 갖고 있지 않으며 이와 관련한 주장은 모두 "헛소리"라고 지적했다.
또 한동안 직접 추진했던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 협상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의 많은 부분이 준비가 안 된 객관적 이유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에 들어선 새 정부가 자신을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함으로써 재판정에 서게 될 가능성에 대해선 "사건에 대한 객관적 조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누코비치는 기자회견을 끝내며 "스스로를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권력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에게 호소한다"며 "제발 정신을 차리고 난폭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약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20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