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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삶의 노예에서 주인으로 거듭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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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약은 내가 결정해" 벼랑 끝 내몰린 에이즈 환자 권력에 맞서는 여정 그려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야죠. 인생 한 번뿐인데."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의 주인공이 극 중반 툭 뱉는 말이다. 누구나 살면서 한두 번쯤 들어봤을 법한 진부하고도 상투적인 이 말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달구는 금언(金言)으로 다가오리라.

죽음의 그림자와 대면하고는 삶의 노예에서 주인으로 거듭나는 주인공의 발자취가 그 말에 남다른 생명력을 불어넣는 까닭이다.
 
1985년, 미국 텍사스 주의 도시 달라스에 사는 전기 기술자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는 보수적인 텍사스의 지역색에서 자유롭지 못한 전형적인 카우보이다. "깜둥이들 밑에서 봉사할 일 있어?"라는 식으로 인종, 성, 계급 차별적 발언을 입에 달고 사는 그는 술과 섹스, 도박 없이는 하루도 못 버틴다.
 
그런 그의 몸이 이유 없이 말라가고 밭은 기침도 끊이지 않는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던 론은 어느 날 작업 중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곳 의사로부터 에이즈 진단과 함께 30일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다.

인류가 에이즈라는 병에 무지하던 터라 이런저런 편견이 난무할 때다. "그 호모 자식들이나 걸리는 병이요?"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론은 의사들에게 욕지거리를 날리고 병원 문을 나선다.
 
카메라는 이후 며칠, 몇 주 혹은 몇 달 단위로 론의 행적을 바짝 따라다닌다. 처음 며칠간 마약에도 손을 대며 자기 삶을 나락으로 내몰던 그는 '살고 싶다'는 일념으로 에이즈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국에서 'ADZ'라는 치료약이 임상실험 단계에 있다는 정보를 얻고 간호사를 매수한 론은 약을 빼내 복용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다.
 

 

에이즈 진단 뒤 29일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텍사스에 인접한 멕시코의 한 병원을 찾은 론은 그곳에서 복용한 약 덕에 증세가 호전된다.

하지만 그 약이 미국에서는 금지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론은 그때부터 해당 약을 밀수해 들여오기 시작하고, 회원제로 운영하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들어 에이즈 환자들에게 팔기 시작한다.
 
영화는 론이 미국에서 금지된 각국의 에이즈 치료약을 몰래 들여오는 과정과 이를 막는 공권력의 모습을 그리는 데 특별한 공을 들인다. 이는 당시 '레이거노믹스'라는 신자유주의 기조 아래, 국민의 건강권보다는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정부·사법 권력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장치가 된다.
 
그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치료는 우리 스스로 하겠다"는 에이즈 환자들이 몰려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다. 처음에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모였던 회원들은 이러한 권력의 행태에 분노하고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클럽을 하나의 공동체로 탈바꿈시켜간다.
 
론은 클럽의 이러한 변화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인물이다. 카메라는 뼛속까지 마초남이던 론이 같은 에이즈 환자이자 트랜스젠더인 레이언(자레드 레토)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짚어낸다.

그렇게 영화는 비판 없이 받아들여 온 사회적 편견들로부터 자유로워진 주체적인 인간상을 길어 올린다. 극중 같은 로데오경기장에서 비슷한 구도로 펼쳐지는 오프닝신과 엔딩신은 론의 이러한 여정을 오롯이 드러낸다.

여기에 사람들의 못마땅한 시선에 맞서 평생을 싸워 왔을 레이언, 권력에 고개 숙이는 의료계 현실을 지켜봐야 했던 의사 이브 삭스(제니퍼 가너)의 모습이 맞물리면서 영화는 우리에게 삶의 자세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핸드헬드(사람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는 촬영법)와 롱테이크(하나의 숏을 끊김없이 담아내는 촬영법)를 주로 활용한 이 영화는 이미지의 왜곡을 최소화함으로써 관객들이 극중 인물들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매튜 맥커너히와 자레드 레토라는 발군의 연기를 펼친 배우들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 매튜 맥커너히는 20여 년 전 영화 '필라델피아'(1993)에서 사회적 편견과 싸우는 에이즈 환자를 연기한 톰 행크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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