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최용수 감독 (사진/노컷뉴스)
"이제 데얀이 없다. 데얀을 지워야 한다"
K리그 클래식 FC서울은 오프시즌동안 최근 3시즌 연속 득점왕이었던 데얀(장수 세인티), 하대성(베이징 궈안), 아디(은퇴) 등 주축 선수들을 잃어 적잖은 우려 속에 2014시즌을 출발했다. 그래도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서울은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오스마르의 페널티킥 선제골과 윤일록의 쐐기골을 앞세워 센트럴 코스트 매리너스(호주)를 2-0으로 제압했다.
주축 선수들이 다수 떠났지만 지난 시즌 준우승팀의 저력은 그대로 남았다.
그동안 화력 싸움에서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서울에게 변화는 불가피했다. 올 시즌에는 스리백(3-back)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안정된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경기에서 베일을 벗었다.
일반적인 스리백은 아니다. 최용수 감독은 '공격적인 스리백'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쉬움이 더 많다. 최용수 감독은 "상대 균형을 무너뜨린 뒤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는 부분을 강조했고 의식적으로 시도했지만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에스쿠데로와 윤일록이 그리 크지 않은데 자꾸 공중볼을 준 부분은 생각을 다시 해야한다"고 말했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 루트를 다양화 하겠다는 것이 최용수 감독의 복안이다.
그는 "이제는 데얀이 없다. 데얀을 지워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득점할 수 있는 루트의 다양화를 위해 훈련을 많이 했다"며 "모두가 득점할 수 있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데얀같은 스타가 나오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 축구로 무장한 서울에게 시즌 첫 승의 감격은 달콤했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내용에 대해 "준비한 것에 비해 그렇게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며 아쉬워했지만 승리 자체에는 의미를 크게 부여했다.
최용수 감독은 "그동안 힘든 시간을 많이 보냈다. 축구가 진정한 팀워크 싸움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밖에 없어 훈련을 많이 했다. 내가 지금껏 거둔 승리보다 오늘의 1승이 내게 깊이 와 닿는다. 조직력을 다져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데얀은 없었지만 필요한 순간 골이 터져 나왔다. 서울은 전반 32분 선제골을 넣었다. 에스쿠데로가 얻은 페널티킥 기회를 새로 합류한 수비수 오스마르가 침착하게 차 넣었다.
후반 11분에는 그림같은 골이 나왔다. 김치우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땅볼 크로스를 에스쿠데로가 가랑이 사이로 흘려보냈고 뒤에서 달려든 윤일록이 왼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정확히 공략했다.
센트럴 코스트는 슈팅 시도가 두 차례에 불과했고 유효슈팅은 기록되지 않았다. 후반 38분 수비수 마르셀 세이프가 윤일록에게 반칙을 한 뒤 퇴장을 당하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센트럴 코스트의 필립 모스 감독은 "우리는 수비적인 경기를 했다. 공을 잘 돌리는 서울을 상대로 힘든 경기를 했다. 두 번의 실점 모두 실망스러웠다. 0-1 상황에서 좋은 찬스를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 경기에서는 홈팀 포항 스틸러스와 일본의 세레사 오사카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포항은 전반 11분 만에 가키타니 요이치로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들어 주도권을 잡으며 공세에 나선 포항은 후반 15분 교체 투입된 배천석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오사카는 동점골을 허용한 뒤 우루과이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 디에고 포를란을 투입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 대표팀과 맞붙은 바 있는 포를란은 아시아 무대 데뷔전을 치렀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