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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정재영…'더 헌트' 매즈 미켈슨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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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잃고 복수 나선 한 남자 잿빛 여정…굳은 의지 드러낸 눈매·입매 닮은꼴

영화 '방황하는 칼날'의 정재영과 '더 헌트'의 매즈 미켈슨

 

영화 '방황하는 칼날'의 주연을 맡은 정재영이 문제작 '더 헌트'(2012)의 배우 매즈 미켈슨을 떠올리게 만드는 강인한 인상을 드러내며 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방황하는 칼날은 딸을 잃은 피해자가 소년을 죽인 가해자가 되기까지의 잿빛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상현(정재영)은 하나뿐인 여중생 딸이 버려진 동네 목욕탕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는데도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상현은 범인의 정보를 담은 익명의 문자 한 통을 받고 적힌 주소가 있는 곳을 찾아나선다.

그곳에서 소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죽어가는 딸의 동영상을 보고 낄낄거리고 있는 한 소년을 발견한 상현은 이성을 잃고 우발적으로 그 소년을 죽인다.

상현은 공범의 존재를 알게 된 뒤 무작정 그를 찾아 나서고, 상현 딸의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 억관(이성민)은 그 살해 현장을 본 뒤 상현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정재영은 이 영화에서 폭넓은 연기 영역을 넘나드는데, 극과 극의 감정 변화를 보이면서 무녀져내리는 한 아버지의 모습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방황하는 칼날을 연출한 이정호 감독은 "일반적으로 배우들을 캐릭터의 이미지에 넣고 생각하면 막연하게 '어떻게 연기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정재영이라는 배우는 그걸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며 "영화를 찍으면서 그가 만들어내는 상현의 하루하루를 보는 것이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영화의 장면 장면을 담아낸 사진 속에서 굳은 의지를 드러낸 눈매와 입매를 한 정재영의 모습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배우 매즈 미켈슨이 더 헌트에서 연기한 루카스를 연상시킨다.

루카스는 공동체의 잔인한 폭력 앞에서 사람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고, 그에 대항해 인권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인물이다.

내면의 강인함을 오롯이 드러내는 표정과 몸짓으로 루카스를 구현해낸 매즈 미켈슨은 이 작품으로 제6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정재영은 "신선하고 디테일한 시나리오와 이정호 감독의 작품에 대한 확실한 생각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내 자신이 부모의 입장이라 스토리에 더 공감이 됐다"며 "극중 싸늘한 주검이 된 딸의 모습을 시체안치소에서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장면에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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