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은 20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불교계 주요 종단 대표와 사회 각계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 선언식'을 열었다.
화쟁코리아는 갈수록 심화하는 한국 사회와 한반도의 분열, 갈등을 원효의 화쟁(和諍) 사상과 3·1 정신으로 치유하자는 범 사회 차원의 통합운동이다.
화쟁코리아 순례단은 3월 2일 제주 한라산 백록담에서 천고제를 지낸 뒤 이튿날 제주 법정사지를 출발해 100일 동안 전국 순례를 벌여 6월 10일 서울 광화문공원에 도착한다.
순례 선언식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격려사,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과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의 축사, 선언문 낭독 등으로 진행됐다.
자승 스님은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는 한반도 곳곳의 갈등과 고통의 현장을 어루만지고 원융무애의 정신으로 서로 손을 맞잡는 대장정이자 자비와 화쟁의 큰 발걸음"이라며 "불교인들과 이웃 종교인을 중심으로 순례에 나서는 것은 3·1 운동의 정신을 되살리는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옥 위원장은 "3·1 운동에서 선열들이 보여준 자기희생과 화합의 정신은 한국사회가 절실히 요구하는 시대정신이자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향하는 목표"라면서 "남북 간 화합에 앞서 남남갈등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에서는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서로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통합의 길로 가려면 먼저세상을 대하는 시선이 따뜻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사덕 상임의장은 "우리가 말로는 통일을 외치면서 정신적으로는 하나됨을 향한 열정이 소홀했던 것 같다"며 "화쟁코리아가 진행할 '대한민국 야단법석'이 정신적 통일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채택한 화쟁코리아 선언문에서 "좌우, 친북·반북, 자본가·노동가, 개발론·보존론으로 나뉘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60여 년 전 좌우익의 갈등과 한국전쟁이 피맺힌 응어리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붓다·예수·원효·간디·만델라처럼 진실과 화해의 길을 만들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나아가자"고 결의했다.
참석자들은 "지금 한국 사회에는 합리적인 민심과 천심이 발붙일 곳이 없다"면서 "수구꼴통, 종북 빨갱이 같은 죽임의 언어를 쏟아내며 분노와 증오,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현실을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줘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또 "온 겨레가 서로의 차이를 넘어 하나가 됐던 3·1 정신을 희망의 등불로 삼아 남남갈등, 남북갈등의 철조망이 녹아내리고 평화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