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산업이 한창이던 1960∼1970년대에서 시곗바늘이 멈춘 강원 태백시 철암동에 문을 연 '철암 탄광 역사촌'에 청동상으로 재현한 광부가 탄광으로 출근하면서 까치발 집에서 배웅하는 아내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1960∼1970년대에서 시곗바늘이 멈춘 강원 태백시 철암동에 '철암탄광 역사촌'이 14일 문을 열었다.
철암탄광 역사촌은 태백시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사업비 42억원을 들여 조성한 탄광지역 생활현장 보존·복원 공간이다.
철암천 변을 따라 남은 옛 탄광촌 주거시설인 '까치발 건물' 11채를 본래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하천 바닥에 목재 또는 철재로 만든 지지대(까치발)로 주거 공간을 넓힌 까치발 건물은 석탄산업 호황기의 상징이다.
'검은 노다지'를 찾아 탄광촌으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던 1960∼1970년대만 해도 철암동은 주거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때 4만 5천 명이 북적대던 철암동은 국내 최대 민영탄광이었던 강원탄광이 1993년 문을 닫는 등 석탄산업 사양화로 3천여 명만 남은 폐광촌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까치발 건물에 있던 다방, 식당, 중국집, 선술집, 슈퍼, 미용실 등 상가들은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빛바랜 간판 등 수많은 광부의 애환을 간직한 상가 거리와 철암천 변에 줄지어 들어선 까치발 건물들은 과거로의 아날로그 여행이다.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1960∼1970년대에서 시곗바늘이 멈춘 강원 태백시 철암동에 문을 연 '철암 탄광 역사촌' 모습. (연합뉴스)
태백시는 이번 사업으로 까치발 건물 외관은 그대로 둔 채 내부를 옛 탄광촌의 문화와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에코 생활사박물관으로 꾸몄다.
까치발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철암천 건너편에는 탄광으로 출근하는 광부 등 당시 모습을 청동상으로 재현했다.
근대산업유산인 철암역두선탄장 조망 전망대와 예술인을 위한 아트하우스도 설치됐다.
철암역 뒷산에 비축용 석탄을 쌓아 놓은 철암역두선탄장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에 만들어졌다.
이곳은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촬영지이기도 하다.
석탄산업 사양화의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몰아친 1989년부터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떠나고 외지인 발길까지 뚝 끊겼던 철암동은 지난해 백두대간 협곡열차 등 관광열차가 운행하면서 방문객이 늘고 있다.
김연식 태백시장은 "그동안 보존할 것인가, 개발할 것인가를 놓고 갈등과 고민이 많았지만, 근대문화유산의 보존은 미래를 밝혀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