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선경선 패배 이후 정치적 보복 리스트인 '살생부'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힐러리 클린턴에게는 '둘도 없는 동지'가 하나 있다.
바로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법안 서명을 앞두고 있는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다.
13일(현지시간) 출간된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조너선 앨런 기자와 '더 힐'의 에이미 판스 기자의 신간 'HRC(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약자): 국가 비밀과 힐러리의 재탄생'은 이들 사이의 끈끈한 인연을 뒷받침하는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매콜리프는 고향인 뉴욕주 시라큐스에서 14세때 도로포장업을 시작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돈을 버는데 타고난 수완을 발휘했다.
정치에 투신한 것은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참여하면서부터. 사업감각을 가진 매콜리프는 정치자금을 끌어모으는데 타고난 재주와 열정을 보였고 점차 민주당 내의 '큰손'으로 성장했다. 심지어 갓 출산한 아이와 엄마를 병원에서 데리고 나오다가 차에 남겨놓은 채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뛰어갔다는 일화도 있다.
클린턴가와의 인연이 처음 시작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통상적인 '정치적 동지' 이상의 관계로 표현된다. 클린턴 부부가 퇴임후 안착할 뉴욕주 차카파의 저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130만 달러를 개인적으로 빌려주기까지 했다. 2000년 민주당 전국위원장을 맡은데 이어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에는 공동의장을 맡아 힐러리의 선거를 도왔다.
이들의 인연이 보다 적나라게 드러난 것은 2009년 매콜리프가 버지니아 주지사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다. 2008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도중 매콜리프는 클린턴 부부에게 다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출마를 고려 중이라며 조언을 구했다. 그때 클린턴 부부는 지체없이 "해보라"고 권유했고 몇달 뒤 빌 클린턴은 매콜리프와 참모 10여명을 뉴욕 할렘가로 불러 선거전략에 대한 '강의'를 했다. 책은 "빌은 굉장히 열의에 불탔고 매콜리프는 열심히 받아적었다"는 측근의 얘기를 전했다. 예를 들어 닭고기 쓰레기를 대체에너지로 전환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힐러리 측근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매콜리프는 경선에서 '낙마'했다.
매콜리프가 지난해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재도전하자 클린턴 부부는 '신세를 갚기 위해' 모든 것을 걸다시피했다. 힐러리의 핵심측근 가운데 로비 무크는 선거매니저로 뛰어들었고 톰 스테이어는 수백만 달러를 선거광고에 쏟아부었다.
힐러리는 당초 지난해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지만 매콜리프 지원유세 만은 '예외'였다. 힐러리는 지난해 10월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에서 여성 지지자들을 상대로 지원 유세를 벌이며 5년만에 정치무대로 컴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