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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로보캅, 미국제국주의와 기업자본주의 비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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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캅 보도스틸

 

슈트 입은 영웅 '아이언맨'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사이보그가 된 경찰 '로보캅'의 활약상이 과연 통할까?

1987년 개봉한 로보캅은 사이보그로 재탄생됐으나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던 유능한 경찰 머피의 활약상을 담아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로보캅의 인간적 고뇌는 '블레이드 러너'(1982)등 잘 만들어진 SF영화의 계보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로보캅 이후 다수의 SF영화가 사이보그의 정체성을 다뤘다. 게다가 '어벤져스'등 다양한 개성의 히어로가 외계인에 맞서 싸우는 마당에 도시의 범죄자에 맞서는 로보캅이라니 활동무대가 너무 좁아 보인다.

그가 아무리 새롭게 디자인된 슈트를 입는다할지라도 기존의 아이언맨이나 배트맨의 적수가 될 수 있을까?

27년 만에 부활한 로보캅은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예상한 모양이다. 로보캅은 예상과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적어도 원작팬들에게 왜 만들었는지 한숨 섞인 원성을 들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만 통쾌한 SF액션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노선에 어리둥절해 할 수도 있겠다.

로보캅은 로보캅의 영웅적 활약상을 담았다기보다 로보캅이 우리사회에 도입될 경우에 대한 미래보고서에 가깝다.

이 영화는 로봇기술로 이윤을 얻으려는 다국적기업이 왜 로보캅을 도입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준다. 근 미래 로보캅이 현실화될 시점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

여기서 얼굴과 심장 정도만 남은 전직 경찰이 기계의 몸을 갖게 되면서 직면하게 되는 개인적 고뇌와 갈등은 이 거대한 그림을 구성하는 여러 조각 중 하나다.

분쟁지역에 사이보그를 파견한 다국적기업 옴니코프사는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 국내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사이보그에게 민중의 지팡이 노릇을 맡길 수 없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히고 이를 타계할 목적으로 과학자를 끌어 들여 로보캅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로보캅 보도스틸

 

적당한 인물을 물색하던 중 부패경찰의 뒤를 파헤치다 보복테러로 목숨이 오가는 머피를 찾는다. 머피는 정의로운 경찰이자 다정한 남편, 그리고 좋은 아버지다. 머피의 아내는 사랑하는 남편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옴니코프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로보캅으로 태어난 머피는 처음에는 자신의 달라진 모습에 충격 받고 죽음을 원하나 아내와 아들, 동료를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한다.

하지만 기업의 필요에 따라 되살아난 머피에게 개인의 의지는 중요하지 않다. 옴니코프사는 그들의 목적에 맞게 머피의 인간성을 통제해 도시의 범죄율을 대폭 낮춘다. 이는 사이보그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여론을 바꾸기에 이른다.

마치 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로보캅과 사이보그의 전투신 등 액션 쾌감을 느낄만한 장면도 있다.

하지만 비중이 높지 않을 뿐더러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기업이 사회를 움직이는 방식에 있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법과 언론 그리고 개인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이 영화는 여실히 보여준다.

로보캅을 연출한 호세 파딜라 감독은 2007년 '엘리트 스쿼드'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브라질 출신 감독이다.

파딜라 감독은 분쟁지역에 파견된 사이보그 부대의 일방적 모습을 통해 미국의 제국주의를 정면 비판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장면을 극우 언론인이 진행하는 보도방송을 통해 보여준다는 것이다.

새무엘 L. 잭슨이 연기한 이 보수 언론인의 보도방송은 로보캅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면서 감독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특히나 잭슨은 앞서 영화 '어벤져스'에서 히어로들을 결집하는 닉 퓨리 국장을 연기했다. 그만큼 대중에게 신뢰감을 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다. 그가 확신에 찬 말투와 눈빛으로 미국의 안전과 전 세계 평화를 위해 로보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는 이를 집중시키는 이 장면은 '설국열차'에서 절대권력자 월포드를 연기한 에드 해리스의 극후반부 설득 장면만큼 흥미롭다.

미국의 제국주의와 기업 자본주의를 대놓고 비꼬는 이런 영화가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자체가 신선하다. 12세 관람가, 121분 상영,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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