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화야, 금메달 따고 같이 인터뷰하자'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에 이어 친구 모태범이 12일 밤(한국 시각) 소치올림픽 빙속 남자 1000m에서 금빛 레이스에 도전한다. 사진은 올림픽 전 기자회견에서 모태범(왼쪽)이 이상화의 마이크를 조정해주는 모습. (자료사진=윤성호 기자)
"상화야, 이번에는 내 차례야!"
'빙속 여제'에 이어 이번에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 간판 모태범(25, 대한항공)이 나선다.
모태범은 12일 밤 11시(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4 소치올림픽' 남자 1000m에 출전해 금빛 레이스에 도전한다. 40명 출전 선수 중 브라이언 핸슨(미국)과 19조에 편성돼 아웃코스에서 달린다. 지난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모태범이 은메달을 따냈던 종목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메달 색깔을 바꾸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500m에서 '노 메달'에 그친 아쉬움도 씻어내야 한다. 모태범은 지난 10일 500m에서 4위에 머물며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전날 1000m에 대비한 훈련을 마친 뒤 모태범은 "이번에는 1000m 운동을 진짜 많이 했다"면서 "내일은 그걸 한번에 몰아서 힘을 쓸 수 있는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500m에서 너무 아쉽게 4등을 했기 때문에 조금 더 1000m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金 이상화 "내 기운 받아 잘할 것"여기에 친구 이상화(25, 서울시청)의 금메달도 신선한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이상화는 12일 새벽 끝난 여자 500m에서 대회 신기록으로 올림픽 2연패를 이뤄냈다. 둘에 남자 장거리 간판 이승훈(25, 대한항공)까지 이른바 빙속 삼총사는 절친이다.
밴쿠버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태범과 이상화가 육상의 100m 격인 남녀 500m를 제패했고, 이승훈도 1만m를 금빛으로 달렸다. 여기에 모태범과 이승훈은 각각 1000m와 5000m 은메달까지 보탰다.
이런 가운데 이상화가 먼저 따낸 금메달은 친구들의 의지를 다지게 할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승훈도 8일 5000m에서 12위에 머물렀다. 모태범은 이상화의 경기에 앞서 "상화가 금메달을 딴다면 아무래도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가 셋인데 나와 승훈이가 메달을 못 따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상화에게 힘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3인방이 서로 선의의 경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이상화도 경기 후 "친구들이 메달을 딸 줄 알았는데 굉장히 속상했다"면서 "내 기운을 받어서 남은 종목에서 만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초반 600m가 승부의 관건역시 이 종목 최강 샤니 데이비스(32, 미국)다. 2006년 토리노 대회와 밴쿠버까지 올림픽 2연패를 해냈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에서 7번이나 우승했다.
하지만 모태범은 "네덜란드 선수들도 잘 타서 데이비스가 1등한다는 보장도 없다"면서 "어떤 선수가 갑자기 잘 탈지 모르는 것이고 당일 컨디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순위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태범은 올림픽 전 마지막인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 월드컵에서 데이비스를 제치고 우승한 바 있다.
일단 데이비스의 장점은 후반 400m에 들어선 뒤 무서운 스퍼트다. 이에 케빈 크로켓 대표팀 코치는 "초반 기세가 좋은 모태범의 초반 600m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태범도 "200, 600m를 조금 빠르게 통과해서 마지막 바퀴를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600m가 아니라 마지막 바퀴까지 여지껏 고생했던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과연 모태범이 친구 이상화 뜨거운 우정과 응원에 화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