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과 박영규, 두 배우의 팽팽한 카리스마 대결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속 정도전(조재현)의 모습이 달라졌다. 대쪽 학관 정도전, 거침없이 직언을 퍼붓던 모습은 사라지고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유불리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능구렁이 같은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난 것. 이로 인해 이인임(박영규)과 맞대결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게 됐다.
정도전은 대쪽 학관으로 불의 앞에 조금도 뜻을 굽히지 않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굽히지 않았다. 그가 백주대낮에 자신의 학당으로 쳐들어와 집기를 부숴버리도록 관원들을 동원한 염흥방(김민상) 앞에 굽실대며 자신의 처지를 봐달라고 사정하는 가하면 한 술 더 떠 염흥방에 탁주를 권하며 비위를 맞췄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비분강개형 캐릭터에서 불의에도 고개를 숙이는 능구렁이 같은 처세의 달인이 된 정도전의 변신은 충격 그 자체였던 것.
정도전을 다시 개경으로 부르자는 조카사위 하륜(이광기)의 제안에 염흥방을 시켜 세 차례나 정도전을 시험 해 본 이인임(박영규)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그의 태도에 놀라기는 마찬가지. 염흥방은 “고초를 많이 겪어 사람이 달라졌다”고 정도전에 대해 전했다.
그러나 염흥방의 판단은 오판이었다. 정도전은 지략에 융통성까지 갖춰 이인임에도 밀리지 않는 내공의 소유자가 돼 있었던 것. “이 사람과 함께 합시다”라는 이인임에 제안을 능구렁이처럼 피해가며 “난세를 종식시킬 힘이 필요하다. 헌데 고려가 이것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응답하며 야망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연기대결이 주는 긴장감은 시청률로도 반영됐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 결과 9일 방송된 ‘정도전’ 전국 시청률은 13.6%로 전일보다 0.7%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자체 최고시청률 경신이다.
한편, 정도전의 정계 복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성계의 정치행보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어지는 예고편에서 이성계는 최영(서인석) 장군에게 “이인임을 쳐야한다. 지금이 기회다”고 제안해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