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강릉지역에 닷새째 1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면서 도심 전체가 설국을 연상케하고 있다.
강원 영동지역에 닷새째 최고 110c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지면서 주민들이 일부 산간마을이 고립되는 등 주민들의 불편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밤부터 시작된 눈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하며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0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9시 현재 진부령 115cm를 비롯해 강릉 101.5㎝, 대관령 68.3㎝, 삼척 80cm, 속초 70.8㎝ 등의 적설량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미시령과 강릉 왕산면, 삼척지역은 기상청이 CCTV로 적설을 관측하고 있지만, 워낙 많은 눈이 내리면서 지금은 관측조차 불가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 산간마을 고립…교통통제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지면서 강릉 왕산을 비롯한 일부 산간마을은 고립되고 교통이 통제되는 등 주민들이 폭설로 인해 겪고 있는 불편도 늘고 있다.
30여개 버스 노선이 단축 운행되면서 강릉 왕산을 비롯한 산간마을은 말그대로 고립상태에 놓였다.
눈이 어른 허리춤까지 쌓였지만 제설작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면서 주민들은 그저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종학 왕산면장은 "대부분 어르신 홀로 사는 곳이 많아 스스로 눈을 치울 수 없어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몸이 아프거나 긴급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눈사태가 발생한 미시령터널 구간은 밤샘 제설작업을 벌였지만 눈이 계속 내리면서 현재 14시간째 통행이 차단되고 있다.
삼척시 미로면∼하장면을 잇는 댓재 구간과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456번 지방도 옛 영동고속도로 구간(대관령 옛길)도 월동 장구 장착 차량만 제한적으로 통행을 허용하는 등 고갯길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도로공사는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과 동해고속도로 전 구간에도 많은 눈이 내린 만큼 월동장구를 장착하고 운행할 것을 당부했다,
설악산과 오대산국립공원의 입산도 전면 통제됐으며, 동해안의 선박들은 가까운 항·포구로 긴급 대피했다.
◈ 동해안 147곳 학교 임시휴업·붕괴사고 속출
10일 강릉지역에 닷새째 1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진 가운데 이른 새벽 시민들이 차량운행을 포기한 재 도보로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번 눈이 10일 밤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동해안 지역 147개교가 이날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특히 1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강릉과 동해, 고성 등 3개 시·군은 초·중·고교 전체 학교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또한 강릉 율곡중학교 등 10개 학교는 개학식과 졸업식도 연기했다.
눈길 교통사고와 붕괴사고도 속출했다.
지난 9일 오후 1시 55분쯤 강릉시 강동면 동해고속도로 서울방면 1터널 인근에서 스타렉스 승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운전자 등 6명이 부상을 당했다.
앞서 지난 7일 밤 11시 30분 양양군 강현면 동해대로 설악휴게소 인근에서는 관광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와 전봇대를 들이받는 등 눈길 교통사고가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또한 강릉시 안현동의 한 양식장 내 비늘하우스가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고, 양양군 서면 인근의 '함바식당'의 지붕도 내려앉는 등 크고 작은 붕괴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번 눈은 눈구름이 바다에서부터 만들어져 습기를 많이 머금은 무거운 눈이어서 비닐하우스와 축사, 선박 등 시설물 피해도 클 것으로 우려된다.
1강릉·동해·삼척·속초·고성·양양·태백과 평창·정선·홍천·인제 산간 등 11개 시군에 여전히 대설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기상청은 10일 밤까지 동해안과 산간에 5~20㎝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에 따라 눈이 그치고 피조사를 본격화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동해안 지역은 동풍의 영향을 받아 오는 10일까지 매우 많은 눈이 쌓일 가능성이 있겠다"며 "습설인 만큼 눈의 무게가 있어 비닐하우스와 건물의 지붕붕괴, 선박 등 시설물 관리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동해안 지자체와 주민들 '눈과의 전쟁'
10일 강릉지역에 닷새째 1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면서 주택가 차량들이 운행을 포기한 채 눈 속에 파묻혀 있다.
기록적인 폭설이 이어지면서 영동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은 그야말로 '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강원도와 동해안 각 시·군은 고속도로와 국·지방도 등에 1천여 명의 인력과 6백여 대의 장비를 투입해 제설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한 영동지역 주민들도 내집 앞 눈치우기에 동참하며 제설작업에 연일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쌓인 눈이 워낙 많은데다 눈이 그칠 기미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주민 허철호(36.강릉)씨는 "상가 앞 눈을 치워도 조금만 지나면 또 쌓인다. 정말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어 이제는 지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 이정희(65.여)씨는 "눈길이 미끄러워 운전은 커녕 걸어다니기도 무서워 몇일째 집에 머물러 있다"며 "제발 이제는 눈이 그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최문순 지사는 지난 9일 강릉시청에서 '폭설에 따른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갖고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는 등 조속한 정상화를 지시했다.
최 시자는 "도내 각급 기관의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영동지역 폭설에 따른 피해 최소화에 전력을 다해 달라"며 "고립된 일부 산간마을에 대한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