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을 갖고 노는 '키덜트'가 늘고 있는 가운데 1500만 개의 레고 브릭(brick)을 사용해 만든 영화 '레고 무비'의 등장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더구나 조립식 완구 브랜드 레고는 1932년 덴마크에서 탄생한 후 무려 80년간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을 사로잡으며 장난감의 제왕 자리에 앉아있다.
어떻게 보면 다소 늦게 나왔다 싶으면서도 너무나 기발한 발상에 레고 애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이 영화의 만듦새가 궁금해진다.
특히나 레고의 세상은 무궁무진하다. 미켈란젤로나 NBA 올스타 등 유명인부터 중세의 성, 서부개척시대, 화성탐사 등 다양한 시공간, 초록닌자와 인어공주 배트맨 슈퍼맨 등 인기 영화 캐릭터까지 없는 게 없다.
이는 레고를 이용한 첫 영화에 활용할 아이템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영화에 맞게 새롭게 만들기도 했다.
레고 무비는 '레고 월드'를 정복하려는 거대기업가 '로드 비즈니스'에 맞선 평범한 공사장 인부 에밋과 그의 영웅적인 친구들의 활약을 그렸다.
에밋은 어느 날 공사장에서 이상한 빛을 내는 물건을 줍게 되고 이를 목격한 여전사 '와일드 스타일'로부터 세상을 구할 유일한 희망 '스페셜'이라는 말을 듣는다.
에밋은 그 말이 싫지 않아 와일드 스타일과 함께 곳곳에 숨어사는 '마스터 빌더'를 만나고 그들을 쫓는 악당의 수하 '나쁜 경찰'의 추격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데 힘을 보탠다.
레고 무비는 '토이스토리' '매트릭스' '배트맨' '스타워즈' 등 기존의 여럿 영화들을 흥미롭게 비틀면서 깨알 재미를 전한다.
레고의 움직임은 기대 이상으로 역동적이고, 알록달록한 색감은 다채로움을 더한다. 실제로 레고 블록 하나하나를 움직여서 찍는 '스톱 모션' 기법으로 완성했다.
덕분에 지금껏 보지 못한 혁신적 영상이 놀라우면서도 수작업의 산물답게 아날로그적인 매력도 동시에 지녔다. 극중 폭발하는 장면이나 파도치는 순간마저도 레고 조각으로 구현해냈는데 기존의 그 어떤 작품에서도 느낄 수 없는 표현법에 감탄이 절로 난다.
제작진은 "스케일이 큰 액션 영화를 만든다는 원칙을 고수하되 블록을 조립하는 아이가 된 듯한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는데 이것이 바로 레고무비가 지닌 영상의 독창성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옹호하는 삶의 가치가 아름답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세상을 구할 단 한 명의 영웅으로서 잠재된 무한한 능력을 깨닫게 된다면, 에밋은 정말 평범한 인부에 불과하다.
위기에 처한 세상을 구할 그의 아이디어는 평범하기 그지없는데, 그 평범함이 특별한 능력의 악당에 맞서는 원동력이 된다.
레고는 작은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려서 거대한 세상을 완성한다. 하나의 부속만 빠져도 미완성인 세상이다. 부품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것이다. 레고무비의 미덕은 바로 이 '평범한 모든 부속이 소중하다'는 메시지에 있다.
경쟁에 이긴 자만 인정하고 노동을 천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영화는 평범함의 가치를 되새기며 노동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모든 것이 멋져, 우리가 함께 라면"이라고 노래한다.
한 외신은 이 영화에 대해 '토이스토리와 나란히 할 가치의 장난감 이야기, 확실한 미래의 고전'이라고 평했다. 마지막 깜짝 놀랄 반전은 레고가 비단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의 영원한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더불어 장난감은 갖고 놀아야 그 가치가 있지 모셔놓고 눈으로 즐기는 용도가 아니라는 것도 알려준다.
레고 회사의 홍보용 영화가 결코 아니나 이 영화가 개봉된 이후 레고에 대한 충성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유머에 '혁신'적이면서 '창조'적이고 '변화무쌍'함을 추구하는 영상은 레고의 브랜드 가치와 맞닿아있는 듯하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가 애니메이션 명가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한 이래 첫 작품인데, 이 정도의 유머와 가치를 계속 잇는다면 경쟁력 있는 프랜차이저 무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급사와 극장간 부율 조정 문제로 현재 서울지역에서는 메가박스 12개 관에서만 상영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예매율이 그리 높지 않다. 전체관람가, 100분 상영, 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