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시장의 상투를 쥐고 흔드는 게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다. '남미의 희망' 브라질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 유로존 재정위기(2010) 이후 감소한 FDI 규모가 브라질의 발목을 잡았다. 경기침체에 시달리던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대對브라질 투자를 줄이자 브라질 경제가 활력을 잃은 것이다.
FDI의 감소는 2012년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미국의 대브라질 FDI 규모는 2012년 123조 달러에서 2013년 58조 달러로 52% 줄었다. 유럽국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스페인은 25조 달러에서 13조 달러, 프랑스는 21조 달러에서 9조 달러, 영국은 19조 달러에서 8조 달러로 감소했다. 지난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2.5%를 맴돈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올 6월 열리는 2014월드컵은 브라질에 호재다. 해외투자자들에게 브라질의 가치를 다시 부각할 수 있어서다. 미국ㆍ유럽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미국ㆍ유럽경제가 살아나면 브라질에 투입될 FDI가 증가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월드컵 같은 글로벌 빅 이벤트가 열리면 정부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프라(경기장ㆍ선수촌 등) 조성비용, 개최비용 등 투입되는 돈이 만만치 않아서다. 브라질도 월드컵 후 재정악화에 시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브라질 수출의 17.5%(2013년 기준)를 차지하는 중국경제가 신통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은 브라질에서 대규모 원자재를 수입한다. 중국경제가 살아나면 원자재 수입량이 늘어나 브라질 경제는 활기를 띤다. 이게 바로 '중국의 나비효과(The chinese butterfly effect)'지만 브라질로선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예년만 못해서다. 김승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브라질은 성장으로의 전환이냐 혹은 외자의 재유치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브라질은 나은 편이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어서다. 또 다른 빅 이벤트 개최국(소치동계올림픽) 러시아의 사정은 180도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ㆍ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러시아의 2014년 경제성장률을 2.0%, 2.2%로 내다봤다. 두 기관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평균 3.35%라는 점에 비춰보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국제금융전문가들도 '높은 물가상승률(6%대)' '원유ㆍ천연가스 가격하락' '루블화 가치하락'으로 러시아의 부진이 깊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치올림픽 이후다.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역시 '단기투자 후유증'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 참고: 이 문제는 브라질보다 러시아가 심각하다. 브라질은 올 6월 2014월드컵에 이어 2016년 리우올림픽을 개최한다. 당연히 인프라 투자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돼 '단기투자 후유증'을 비켜 나갈 수 있다. 소치올림픽만 치르는 러시아의 투자후유증이 브라질보다 크게 부각되는 이유다.] 특히 러시아는 브라질만큼 해외 FDI가 활발하지 않는데다 내수시장도 작다. 빅 이벤트의 수혜를 누릴 공산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거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투자전략) 파트장은 "러시아의 올해 증시는 한 자릿수 초반대 상승률에 머무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치올림픽 효과가 거의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그렇다. 소치올림픽ㆍ2014월드컵 등 빅 이벤트는 이번에도 '배신의 칼'을 휘두를지 모른다. 빅 이벤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냉정한 현실을 곱씹어 봐야 한다. 환상이 깨지면 더 허망한 법이다.
이윤찬ㆍ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