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국가대표 라이트 공격수 비소토(가운데)는 무릎 부상으로 한국전력 합류 이후 정상적인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지만 변함없이 뛰어난 기량을 뽐내고 있다.(자료사진=KOVO)
'만년 최하위' 한국전력의 신영철 감독은 올 시즌 V리그 개막을 앞두고 재미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국가대표 공격수 전광인을 데려오며 기존의 서재덕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화력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다만 신영철 감독은 올 시즌 한국전력의 이변이 연출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을 지목했다.
하지만 한국전력과 신영철 감독의 꿈은 시작부터 어긋났다. 야심 차게 데려온 쿠바 출신 외국인 선수는 태업으로 시즌 개막을 앞두고 퇴출당했다. 부랴부랴 데려온 선수는 2010~2011시즌 함께 했던 몬테네그로 출신 밀로스 큘라피치.
이미 V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수준급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미숙한 경기운영으로 퇴출당했던 밀로스는 또다시 합류한 한국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허벅지 부상까지 당했다. 결국 한국전력은 후반기 개막을 앞두고 브라질 현역 국가대표 라이트 공격수 레안드로 비소토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비소토의 영입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비록 무릎 부상의 여파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에서 온전한 기량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노련한 경기력으로 쟁쟁한 외국인 선수 경쟁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비소토는 세게 공을 때리는 것만이 배구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브라질 국가대표 라이트 공격수 비소토의 합류 이후 빠르게 안정적인 전력을 되찾고 있다.(자료사진=KOVO)
비록 비소토의 영입 이후 한국전력의 성적은 1승3패에 그치고 있지만 세계적인 공격수의 가세는 최하위에 그치던 한국전력 선수들에게 분명한 동기부여가 됐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졌던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다시 머릿속에 떠올린 덕에 지난달 29일에는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적지에서 세트 스코어 3-0의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4일 삼성화재와의 시즌 네 번째 맞대결에서도 비소토는 급격한 체력 저하에도 불구하고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비록 경기는 세트 스코어 1-3으로 역전패했지만 비소토의 존재 덕분에 한국전력은 2세트까지 대등한 흐름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이 경기 후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밀로스보다는 비소토가 안정감이 있다"면서 "쓸데없는 범실이 적어 동료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동료들도 안정감을 함께 느끼면서 경기력도 자연스럽게 올라오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하지만 신영철 감독에게도 걱정은 있다. 그는 "현재 비소토의 무릎 상태가 좋지 못해 웨이트 훈련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실전 훈련은 전혀 못하고 있다"면서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기회가 전혀 없지만 체력이 가장 큰 문제"라고 아쉬워했다.
적장이었던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비소토의 경기력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비소토가 굉장히 노련하다"는 신 감독은 "워낙 신장이 좋다 보니 블로킹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블로킹을 겨냥해 때리는 것도 좋다"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