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333m에 16만4천t급의 유조선이 접안을 시도하다 왜 정상 항로를 벗어나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송유관에 충돌했을까.
지난달 31일 발생한 전남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 원유유출 사고의 원인을 두고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해경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여수해경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5분께 싱가포르 선적 16만4천169t급 유조선이 접안을 하기 위해 부두에 접근하던 중 원유 하역배관을 지지하는 해상 구조물인 '돌핀' 3기를 들이받고 원유하역배관과 잔교를 부순 뒤 멈춰 섰다.
GS칼텍스 측의 목격자와 폐쇄회로(CC) TV 영상자료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해당 유조선은 부두를 150여m 앞두고 갑자기 진로에서 왼쪽으로 약 30도가량 벗어나 돌진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유조선이 접안을 할 때에는 속도를 2노트 이하로 줄여 정지하고 엔진을 끈 상태에서 접안선 4대가 오른쪽에서 천천히 밀어서 접안시킨다.
그런데 사고 당시 유조선은 일반적인 속도보다 빠르게 전진하다가 두 해상 잔교 사이를 지나 원유 하역배관을 지지하는 해상 구조물인 '돌핀' 6개 중 3개를 들이받고 잔교와 원유하역 배관을 부수고서야 멈춰 섰다.
특히 이번 사고가 현지 사정에 밝은 도선사 2명이 탑승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도선사의 역할을 밝히는 것이 해경의 원인 규명 과정에서 핵심이 될 전망이다.
여수항은 도선법에 따른 '강제 도선구역'으로 반드시 도선사를 태워 접안을 해야 한다.
도선사는 내항 진입부터 키를 잡고 부두에 접안해 제품을 하역한 뒤 안전하게 외항 기점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유조선에 탄 도선사 2명은 베테랑으로 알려졌으며, 사고 1시간 30여분 전에 인근 섬인 대도에서 유조선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경은 이들 도선사가 일반적인 접안 항로를 벗어나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꼼꼼히 따지고 있다.
해경은 대형 유조선이 접안을 시도할 때에 전진하다가 속도를 줄이려 후진을 시도하더라도 탄력에 의해 직진하게 되는 '직진타력'에 대해 도선사가 오판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여수해경은 여수항의 연안해상교통관제소(VTS)와 부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해무사 등의 과실 여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여수해경의 한 관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해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기름 유출량에 대해서도 전문 분야에서 분석하고 있어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