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과 일본의 현 긴장 상태를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영국과 독일의 상황과 비교하면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언급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아베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각국 언론사 간부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914년 당시 경쟁 관계이던 영국과 독일이 중국·일본처럼 매우 강력한 교역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이것이 충돌을 막지는 못했다며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어떤 종류의 '경솔한' 충돌도 재앙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FT는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우발적인 수준에서나 부주의한 방식으로 갑자기 충돌이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했다.
그는 "불행히도 우리에겐 분명하고 명시적인 로드맵이 없다"며 중일 간 '군사 대 군사' 소통채널을 개설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다보스 포럼을 취재 중인 마틴 울프 FT 수석 논설위원은 FT 홈페이지에 실린 동영상 취재담에서 "그는 질의응답 때 분명히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며 "다보스 포럼에서 여러 해 사이에 겪은 가장 고약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이런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결코 중일 간 전쟁 가능성을 거론한 발언이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 같은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추도의 대상은 일본 군인들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전쟁 희생자들"이라며 "일본은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세계 평화를 희망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스쿠니 신사에는 전쟁의) 영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스러진 사람들의 혼이 있을 뿐"이라면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소위' A급 전범을 찬양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대단한 오해가 있다"고 주장한 뒤 "중국과 한국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마음은 전혀 없다"며 "중국, 한국과는 여러 과제가 있기 때문에 흉금을 터 놓고 정상간에 논의를 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서는 "아쉽게도 박 대통령과 악수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다보스포럼 사상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 행한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아시아에서의 군비 확장을 저지해야 한다"며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성이 흔들릴 경우 전세계에 미칠 연쇄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성장에 따른 이익이 군비 확장에 낭비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