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사랑할 때' 톡톡튀는 캐릭터 맛깔나는 연기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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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건달 빼닮은 황정민에 섬세 한혜진·착한 역 변신 곽도원 등 눈길

 

22일 개봉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가 극중 독특하면서도 친숙한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남자가 사랑할 때의 주인공 태일에게서는 지난해 개봉해 468만 관객을 동원한 핏빛 느와르 '신세계' 속,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함의 이면에 뜨거운 의리를 지닌 보스 정청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두 캐릭터 모두 황정민이 연기한데다, '정청이 사랑에 빠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라는 신세계 제작진의 궁금증에서 이 영화가 비롯됐기 때문이다.
 
황정민은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부터 분장, 의상 등까지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스태프들과 태일의 캐릭터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미와 남자다움을 내세우는 미워할 수 없는 순정파 건달 태일은 그렇게 빚어졌다.

실제 삼류 건달들이 입을 법한 촌스러운 의상과 한껏 멋을 냈지만 유행이 한참 지난 헤어스타일도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지방 소도시에 사는 나이 마흔의 삼류 건달 태일은 친구가 운영하는 사채업체에서 일하면서 교도소를 집처럼 들락거린다.

사채회수에는 독하게 임하지만, 형 집에 얹혀살면서 날 때부터 한 방을 써 온 여중생 조카에게는 수시로 돈을 뜯긴다.

어느 날 병원으로 채권회수를 하러 갔다가 의식불명인 아버지를 돌보는 호정을 보게 된 태일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태일의 서툰 사랑에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마음을 여는 상대 호정은 한혜진이 연기했다.

한혜진은 촬영 내내 수수한 옷차림에 평범한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로 소박한 은행원 콘셉트를 유지했다. 길에서 만나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건달의 구애에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리고자 섬세한 연기에도 공을 들인 모습이다.

■ 황정민부터 곽도원 박성웅까지 캐릭터 살아 있는 남자의 사랑과 드라마
 
태일이 호정을 향한 깊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는 이야기 줄기는 극중 태일의 가족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도록 이끌었다. 그 중심에는 태일의 형 영일로 분한 곽도원이 있다.
 
영일은 아내와 함께 이발소를 운영하면서 칠순 아버지에 딸 송지, 전과자 동생 태일까지 아우러야 하는 가장이다. 욱하기 잘하고 성격 급한 것이 동생과 똑 닮은 그는 동네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정감 가는 캐릭터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변호인' 등을 통해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한 곽도원은 이번에 악역 전문에서 벗어나 착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황정민을 동생으로 대해야 했던 곽도원은 "제가 네 살이나 어린데도 황정민 씨의 형 역할을 해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화면에 나오는 것을 보니 큰 걱정은 안 되더라"며 농담 섞인 소감을 전했다.
 
깜짝 출연해 큰 웃음을 자아내는 박성웅의 건달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박성웅의 역할은 대본 상에 이름도 없이 '이발소 깍두기'로만 명시됐는데, 극중 영일의 이발소 손님으로 와 면도를 해 주는 영일의 아내에게 추근대다가 태일 영일 형제와 육탄전을 벌이게 된다.
 

 

박성웅의 출연은 대본 완성 직후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이 완료되기도 전에 사석에서 일찌감치 결정됐다고 한다.

신세계의 조감독인 한동욱 감독이 연출 데뷔를 한다는 소식에 "대본 안 봐도 되고, 돈도 필요 없으니 날짜만 알려주면 미리 빼 놓겠다"고 답한 것이다.

그런 그가 "무조건 할 건데 딱 하나만 물어보자"며 던진 질문, "근데 내가 정민이 형 때리는 거냐, 맞는 거냐?" 박성웅은 "때리는 것"이라는 답을 듣고 "이번에는 정민이 형을 때릴 수 있는 거구나"라며 더욱 흔쾌히 출연에 응했고, 신세계를 패러디한 아이디어까지 만들어 왔다고 한다.
 
이밖에도 태일의 형수이자 영일의 아내인 미영 역에는 범죄와의 전쟁에서 여사장으로 나와 터프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선보인 김혜은이 출연해 실생활 캐릭터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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