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신용카드 고객정보 유출사건이 금융당국-금융사 간 '관치'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 서비스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 신용카드사와 신용평가사에 대해 금융당국이 '판촉 자제 내지 서비스 무료화'를 요구하자 해당 금융사들이 '관치금융'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
카드사와 신용평가회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 유료 서비스는 고객들의 신용등급이 변경됐거나 다른 사람이 실명을 도용할 경우 이를 감지해 알려주는 서비스이다. 한달에 3천원 정도로, 카드 고객들에게 가입 초기에는 무료로 제공되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유료로 전환되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카드사는 신용평가사와 제휴를 통해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수익은 카드사와 신용정보업체가 나눠 갖는데, 카드사로서는 꽤 짭짤한 수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사들도 독자적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카드사들이 정보보호 유료 서비스 판촉을 강화하면서 '고객정보 보호보다는 돈벌이에 치중하고 있다'는 여론이 일자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 우려와 카드사 평판에 대한 악영향' 등을 이유로 자제를 요청했다.
해당 카드사들이 '정당한 영업행위를 가로막고 있다'고 반발하자 금융당국은 다시 "판매현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재차 압박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7일 "지금은 소비자 보호가 필요한 때"라며 "(서비스) 판매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밝혀 향후 대대적인 점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외부 모집인을 통해 서비스 판촉을 하는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우려가 있다"며 "불완전 판매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서비스가 초기에는 무료로 고객들에게 제공되다가 유료로 자동전환되는데 이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는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카드사들이) 불안감을 조성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지적이 있다"며 "금융사는 공적기관인만큼 공적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자숙해야 할 때"라고 거듭 밝혔다.
금융당국은 또 신용평가사에 대해서도 서비스를 무료화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유출 사건과 관련없는 나이스평가정보에 대해서도 무료 서비스 제공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 고객정보를 유출한 신용평가사 KCB가 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한 것을 언급하며 "나이스에게도 (서비스를 무료제공하는 방안을) 간접적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요구에 해당 카드사들은 목소리를 낮춘 채 반발하고 있다. 해당 카드사 관계자는 "예전부터 판매해온 서비스를 '분위기' 때문에 중단할 수 있느냐"며 "(정보유출 사건) 상황이 정보보호 서비스를 더욱 요구하고 있다. 계속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서비스는 카드사 고객정보 뿐만 아니라 신용정보회사와 제휴를 통해 넘겨받은 신용정보도 포함돼 있는만큼 무료로 제공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이 평소에는 카드사 건전성과 수익성을 강조하면서도 '분위기'를 이유로 이전부터 이어져온 서비스 판매를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관치금융'이라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자제 요청이 공식적인 행정지도는 아니었다"며 관치논란과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정보보호 유료 서비스 판매를 지속하고 있는 카드사를 계속 '주시'하기로 하면서 '정당한 영업행위'를 주장하고 있는 카드사와의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