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료계와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에까지 큰 파문을 일으켰던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오는 6월 경남지역 지방선거에서 주요 쟁점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폐업을 진두지휘한 홍준표 경남도지사 낙선운동을 공언하는 가운데 홍 지사에 도전장을 던진 새누리당 인사들도 폐업 강행과 국회 재개원 권유 거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석용 보건노조 진주의료원 지부장은 "홍 지사에게 불출마를 종용하고, 홍 지사가 당내 경선이나 본선에 나가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낙선운동을 강하게 펼칠 것이다"고 12일 예고했다.
노조원들은 홍 지사 동선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그림자 투쟁'을 비롯해 조끼 등 의상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홍 지사 반대운동을 펴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박 지부장은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요구하며 124일째 경남도청 정문에서 노숙투쟁을 하고 있다.
홍 지사와 당내 경선에서 대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박완수 창원시장과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진주의료원 폐업 자체가 성급했다거나 국회 재개원 권고를 존중해야한다는 입장이어서 홍 지사와 충돌이 예상된다.
안 전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공공의료 분야는 다른 나라에서도 적자를 보이고 있다. 노조에 문제가 있더라도 우선 시정하고 설득하는 조치를 취해 개선점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그런 절차 없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홍 지사가) 너무 성급하게 조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화와 경영개선 절차를 통해 가급적 의료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자, 국회 입장이기도 하다"며 "재개원 여부도 국회 권유를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홍 지사와 대립각을 세웠다.
박 시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진주의료원 운영이나 경영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을 개선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하지 않느냐는 아쉬움이 남아있다"고 폐업 강행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국회가 재개원을 권유한 데 대해서도 "나름대로 국회도 어느 정도 재개원 내용(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겠나"며 "그것을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하기보다는 충분한 설명과 설득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 홍 지사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야권 도지사로 후보로 거론되는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이나 강병기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 등도 홍 지사와 대결한다면 진주의료원을 주요 쟁점으로 삼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김두관 전임 경남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낸 강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과정에 직접 나서 노조와 함께 반대운동을 펼쳤고 최근에는 재개원을 촉구해왔다.
김 본부장도 그동안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해온 당론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홍 지사를 공격하는 주요 소재로 진주의료원 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가 재정 건전화를 통한 부채 절감을 비롯해 거가대로 자본재구조화, 김해 관광유통단지 지분 분쟁 등 주요 현안을 해결한 성과도 적지 않은 편이어서 새누리당 내부 경쟁자나 야권 후보들은 '불통' 이미지 형성의 계기가 된 진주의료원 문제를 집중 공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홍 지사는 야권의 진주의료원 재개원 찬성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추진에 제동을 걸며 "지방선거에서 포괄적인 심판을 받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한 상태다.
그는 최근 연합뉴스와 한 신년 인터뷰에서 선거를 앞두고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개의치 않으며 재개원은 없다"고 단언하고 "법적으로 마무리됐고 정치적으로는 폐업 후 전국적으로 지방의료원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이다"고 오히려 자신의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그는 지난 2일 시무식에선 "도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열고 진심을 다하되 불법과 억지에는 단호히 대처해 정의와 원칙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진주의료원 노조가 '그림자 투쟁'을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홍 지사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언론에까지도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이 홍 지사의 재선 가도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지, 일각에서 분석한 대로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주요 행적으로 기록될지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