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넘게 이어진 아프리카 남수단 유혈사태에 따른 사망자가 앞서 유엔(UN) 발표치를 크게 웃도는 1만명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남수단 독립의 '산파' 역할을 한 미국은 신생국 남수단의 민주주의가 붕괴위기에 있다고 경고하며 휴전협정 체결을 촉구했지만, 살바 키르 대통령의 정부군과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을 추종하는 반군 간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벨기에에 있는 비영리 국제분쟁 연구기관 '국제위기그룹'(ICG)은 남수단 분쟁 발발 이후 30곳 이상에서 발생한 교전이 상당히 격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망자 수가 1만명에 가깝다고 밝혔다고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26일 남수단 사망자 수가 1천명이라고 밝혔던 유엔의 에르베 라드수 유엔 평화유지 담당 사무차장도 "아직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1천명 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드수 사무차장은 이번 유혈분쟁으로 인한 난민 수가 2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이 가운데 6만명이 유엔 난민수용소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웃 국가인 우간다로 건너간 난민은 최근 2∼3일 사이에 3만2천명으로 세 배로 뛰었고 케냐와 에티오피아로도 1만명 이상이 피신한 것으로 유엔은 파악했다.
미국의 대외원조를 총괄하는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는 남수단 인구 440만명 가운데 40%가 원조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자 2011년 7월 남수단이 수단에서 분리독립하는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미국은 정부군과 반군의 분쟁이 부족간의 전면적 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양측이 즉시 정전협정에 서명할 것을 촉구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는 이날 상원 위원회 회의에서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의 연약한 민주주의가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키르 대통령 주장과 달리 마차르 전 부통령이 쿠데타를 기도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정치적 갈등이 부족 갈등과 잔혹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도 성명을 내고 "마차르 전 부통령은 전제조건 없이 즉각 적대행위를 중단하라. 키르 대통령도 반군이 요구하는 정치범을 즉각 석방해 협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은 마침 2005년 남수단 독립의 초석을 놓은 포괄적 평화협정이 체결된 지 만 9년이 된 날이다. 압도적 찬성으로 분리독립을 결정한 국민투표도 꼭 3년 전인 2011년 1월9일에 시작됐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인 기념일에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반군이 장악한 석유 산지인 북부 유니티주(州) 벤티우에서 교전이 이어져 온 마을이 초토화되고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또 중부 종글레이주 보르 인근의 민캄만 지역에서는 무장 세력의 무차별 사격과 방화 등 위협을 피해 주민 수백명이 악어가 서식하는 백나일강을 맨몸으로 건너는 위험도 감수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