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을 불과 한달 앞두고 소치 인근 남부 지역에서 테러의 소지가 있는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러시아 당국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보안 수위를 높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8일 남부 스타브로폴주(州)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6명의 시신이 4대의 승용차 안에서 잇따라 발견돼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쇄 살인 사건의 사망자는 당초 발표보다 1명 더 늘었다.
스타브로폴주는 소치에서 50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러시아 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 투쟁을 벌이는 이슬람 반군들의 근거지인 북(北)캅카스의 체첸 및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등과 접경하고 있다.
연쇄 살인 사건은 스타브로폴주 남쪽 프레드고르니 구역과 키롭스키 구역에서 발생했다.
먼저 8일 새벽 프레드고르니 구역의 한 외진 마을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현지 가구 조립 공장에서 일하던 주민 1명이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 승용차에서 몇m 떨어진 곳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이튿날 아침에는 키롭스키 구역에서 각각 1명씩의 시신이 놓인 2대의 승용차가 발견됐다.
이어 이날 밤 다시 키롭스키 구역의 승용차 안에서 남성 3명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됐다.
자동차 인근엔 사제 폭발물이 놓여 있었다. 4대의 자동차가 발견된 지점은 모두 반경 10여km 안에 위치했다.
이 사건들은 모두 단일범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쇄 살인 사건은 아직 테러로 규정되진 않았다.
연방수사위원회 대변인 블라디미르 마르킨은 "피해자들이 모두 권총으로 살해됐다"며 "살인과 불법 무기 소지 등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살인 현장 근처에서 폭발물이 발견되고 이중 폭탄 하나는 실제로 폭발했다는 점 등을 토대로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이슬람 반군의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시신들이 발견된 차량 안이나 인근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었던 점을 근거로 연쇄 살인의 목적이 현장에 도착하는 경찰들을 살해하는 것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희생자들이 주로 개인 택시영업을 하는 현지 주민들로 알려지면서 이들이 이슬람 반군들에게 '지하드(성전) 세금'으로 불리는 지원금을 바치지 않아 징계를 당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앞서 지난해 말 스타브로폴주에서 멀지 않은 남부도시 볼고그라드에서 이슬람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연쇄 자폭 테러가 발생해 34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부상한 데 뒤이은 것이다.
이처럼 올림픽 개최지 인접 지역에서 잇따라 대형 사건들이 터지면서 올림픽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내 최대 이슬람 반군 지도자 도쿠 우마로프는 지난해 7월 전력을 다해 소치 올림픽 개최를 저지할 것을 반군 지지자들에게 촉구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북캅카스 지역을 벗어난 지역의 러시아인들에 대한 테러 자제령을 해제한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전역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겠다는 경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