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스포츠 결산③]프로야구 9구단 시대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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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건 아닐까' 2013년 프로야구는 사상 첫 9구단 시대를 맞아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지난해보다 10% 이상 관중 감소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두산을 꺾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삼성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다사다난했던 2013년, 한국 스포츠도 여러 굵직한 이슈들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메이저리그 열풍이 10여 년 만에 다시 불어닥쳤고, 한국 축구는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역사를 썼다. 프로야구는 9구단 체제의 명암이 엇갈렸고, 아시아 정상에 섰던 프로축구는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농구, 배구 등 겨울스포츠는 승부 조작의 직격탄 속에 희망을 차츰 찾아갔다. 2013년 스포츠를 CBS노컷뉴스 체육부가 결산했다.(편집자주)

2013년 프로야구는 기회이자 위기였다. 외양적으로는 화려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냉정하게 따져 부실했다. 사상 첫 9구단 체제로 팀은 늘었지만 경기의 질은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다. 우수 자원들의 해외 유출, 간판 스타들의 부진이 공교롭게도 겹친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한정된 선수층에 팀이 늘면서 필연적인 결과였다. 10구단 KT마저 1군에 합류한다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할 수 있다. 과연 2013년 프로야구의 성과와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사상 첫 '9구단 체제'의 빛과 그림자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첫 700만 관중 시대(715만6157명)를 열어젖혔다. 무엇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 등 국제대회 선전이 밑바탕이 됐다. 메이저리거, 일본 선수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기량을 검증받았다.

여기에 최고 인기 구단 롯데의 선전, 박찬호(은퇴), 이승엽(삼성), 김병현(넥센), 김태균(한화) 등 해외파들의 복귀 등 흥행 요인이 넘쳐났다. 한번 야구에 빠진 여성 팬들의 적극적인 충성도도 빼놓을 수 없었다. 가족 단위 관전이 하나의 문화로까지 완전히 자리잡은 모양새였다.

야구 열기에 힘입어 잇따라 신생팀이 창단돼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는 한껏 밝아보였다. 올 시즌부터 1군에 합류한 9구단 NC에 이어 올해 10구단 KT까지 출범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구단 체제 출범으로 경기수가 는 만큼 올해 750만 관중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총 674만3940명으로 늘기는커녕 지난해보다 10.5% 줄었다. 류현진, 추신수 등 메이저리거와 일본 이대호 등 해외파들의 활약으로 관심이 분산된 데다 WBC 예선 탈락으로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한 의심어린 시선이 관중 감소의 배경으로 꼽혔다.

간판 스타들의 부진도 이유였다. 박병호(넥센)가 고군분투했지만 이승엽, 김태균, 윤석민(전 KIA), 김광현(SK) 등 리그를 주도해야 할 선수들이 이름값을 못하면서 류현진, 이대호 등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LG 신바람 야구의 부활에도 관중이 준 원인이었다.

▲삼성, 3연속 통합 우승 일구긴 했지만...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는데...' 두산은 정규리그 4위 팀 최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두고도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사진은 올해 포스트시즌 최고의 스타 두산 유희관이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포수 양의지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실제 경기력에서도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삼성이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KS)까지 통합 우승의 업적을 일궜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했고 찜찜했다.

삼성이 피나는 노력을 한 것은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시쳇말로 '잘 해서라기보다 상대가 못 해서'인 부분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은 지난 2년과 달리 정규리그 1경기를 남겨놓고 나서야 1위를 확정했다. 8경기를 남겼던 2011년, 5경기가 남았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막판 한때 LG에 2.5경기 차까지 뒤지기도 했다.

KS에서도 두산에 1승3패, 벼랑에 몰렸다. 두산이 정규리그 4위로 넥센과 준플레이오프(PO), LG와 PO를 거치고 올라오며 힘을 다 뺀 것을 감안하면 대망신을 당할 뻔했다.

모두 각 구단들의 전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방증이다. 삼성은 힘이 빠졌고, LG와 넥센은 경험이 부족했다. 두산은 코칭스태프의 전략이 선수들의 힘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삼성의 힘이 떨어졌다면 춘추전국의 재미가 있었어야 할 텐데 전반적인 하향 평준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공급-수요의 불균형…2015년 최대 위기

'제 2, 제 3의 오승환이 나온다' 정상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인프라가 약한 한국은 프로의 젖줄은 아마추어 야구 저변 확대라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삼성 마무리 오승환의 일본 한신 입단 기자회견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한 마디로 선수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제대회 선전을 이끈 황금 세대들 이후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간판 스타들의 부상은 어쩌면 국내외 야구 중흥을 이끈 데 대한 훈장이자 필연적인 산물이었다.

하지만 국제대회의 찬란한 업적과 국내 야구의 화려한 성장에 눈이 먼 야구계는 생산 라인 확충은 뒷전이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산실인 고교팀은 지난해까지 53개뿐이었다. 1만 7000여 개의 미국과 4000여 개의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빈약한 인프라였다.

올 시즌 FA(자유계약선수) 광풍은 이런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현상이었다. 수요가 넘치는 상품 가격은 폭등하기 마련. 정확한 평가 없이 선수들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523억5000만 원이 오간 올 시즌 스토브리그에 대해 감독 출신 모 인사는 "FA시장이 미쳤다. 이러다간 다 망한다"고 개탄할 정도였다.

내년 이런 현상은 격화할 수 있다. 2015년 1군에 합류하는 신생팀 KT 때문이다. 몸값 100억 원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구단들이 만년적자인 현 프로야구 구조에서는 '억'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오승환(한신), 윤석민까지 메이저리그와 일본 등 우수 자원들의 해외 진출은 시대적은 흐름이다. 부랴부랴 내년 외국인 선수 확대 카드를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희망은 있다' 고교팀 창단 잇따라

'너희들이 희망이다' 올해 고교 야구팀은 지난해 53개에서 60개로 늘었다. 고교뿐 아니라 중학교, 초등학교 팀들도 창단이 이어져야 프로야구의 앞날도 밝하질 수 있다. 사진은 올해 프로야구 개막전 때 롯데 선수들이 야구 꿈나무들과 함께 입장하는 모습.(자료사진=윤성호 기자)

 

결국은 인프라 확충만이 살 길인 것이다. 수준급 선수들을 해외에 뺏긴 타격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선수층을 두텁게 해야 한다.

뒤늦게라도 프로의 근간인 아마추어 야구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올해 고교팀은 지난해 53개에서 수원 장안고, 의정부 상우고 등 60개 교로 늘었다. KBO의 학교 창단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대한야구협회도 KT에서 10년 100억 원 규모의 후원을 얻어냈다.

다만 두 단체 사이의 엇박자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한 야구계 인사는 "지원에 대한 생색을 내기보다 진정 야구 저변을 넓히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외부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정치인이나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내년은 한국 야구에 있어 또 한번의 기회다. 올해 1보 후퇴를 2보 전진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화위복으로 만들 찬스다. 2015년 10구단 시대를 준비할 마지막 시즌, 과연 한국 야구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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