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방송으로서의 강점, 청취자에 대한 정서적 친근성, 지역적 친밀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높은 접근성 등 다양한 사회적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경영 위기에 내몰려 있는 라디오 방송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방송학회(회장 유의선)는 ‘멀티 플랫폼 시대의 중소 라디오방송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23일 오후 2시30분 프레스센터에서 세미나를 개최해 라디오 방송의 매체적 중요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라디오가 당면한 경영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모색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나사렛대학교 방송미디어학과 양동복 교수는 “현재 미디어렙법이 지원하는 결합판매 보장제도는 최소한의 생존만을 담보할 뿐이지 라디오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시키지는 못 한다”며 “그동안 지상파라는 이유로 TV와 동일하게 적용되어 왔던 소유, 편성, 광고, 채널구성 등 각종 규제들을 정책적인 차원에서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이렇게 중소 라디오 방송사들이 받고 있는 각종 과도한 규제들에 대해 “마치 대기업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규제를 중소기업도 함께 적용받고 있는 셈”이라 평가하며, 사업 다각화의 허용, 타 플랫폼에 대한 재송신 채널구성 의무화, 매체 제약성을 고려한 새로운 광고유형과 운영방식의 도입 허용 등 여러 정책적 지원을 제안했다.
이어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김경환 교수는 두 번째 발표를 통해 갈수록 정체가 심화되고 있는 라디오 매체의 활성화를 위한 영국,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의 진흥 정책을 소개하며, 이들 국가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라디오 방송 진흥기구’의 설립을 촉구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러한 라디오 진흥 기구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나 미디어크리에이트 등 현존 미디어렙 산하에 두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밝혔다. 라디오 방송의 위축이 불합리한 라디오 방송 광고판매제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큰데, 문제의 원인 제공자에게 문제의 해결을 부탁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의미에서다.
영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라디오 방송사가 출자한 독립된 기구를 통해 운영하는 방식이 적절하며, 대부분의 라디오사가 소속되어 있고 풍부한 방송 진흥 업무 수행 경험을 갖춘 한국방송협회의 주도 하에 우선 운영을 시작해 추후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키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황준호 KISDI 연구위원은 “라디오에 관한 규제체계는 라디오 방송의 특성에 맞게 새롭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고, 변상욱 CBS 콘텐츠본부장은 “라디오 광고 감소 문제는 국가의 제도적인 지원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지만, 라디오 진흥기구의 추진 주체가 코바코가 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양문석 상임위원도 이날 세미나 축사에서 라디오 진흥 기구 설립시 코바코 내부보다는 외부에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양문석 위원은 “코바코가 라디오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별도의 라디오 진흥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라디오 진흥 기구를 코바코 내에 설치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