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성호 기자
“UFC 가서도 공격적이고 투지 넘치는 파이팅 스타일을 유지할 생각입니다. 계체량 때 눈싸움도 계속 할 겁니다.”
최근 UFC와 6경기 계약을 체결한 국내 종합격투기단체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남의철(32, 강남팀파시)이 지난 21일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밝힌 일성이다.
남의철이 UFC 측으로부터 처음 영입 제의를 받은 건 지난 11월 20일. 쿠메 다카스케(28, 일본)를 1차 방어전에서 꺾고 40여일이 지난 시점이다. 하지만 남의철은 꿈의 무대인 UFC의 러브콜을 가차 없이 거절했다. “로드FC 챔피언이라는 자부심이 강하고, 로드FC가 저한테 해주는 대우에도 만족했거든요.”
“UFC의 오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남의철은 재차 로드FC 잔류 의사를 밝혔지만 로드FC 정문홍 대표의 진심어린 설득에 결국 마음을 바꿨다. “어느 날 대표님이 그러세요. ‘의철이 네가 UFC 가서 로드FC 챔피언의 강한 모습을 알리고 보여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선수는 자신을 키워준 곳에 남겠다는데, 오히려 단체의 대표가 더 큰 무대로 가라고 등 떠미는 상황. 남의철은 정 대표의 뜻은 알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제 막 팬들이 로드FC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인데, 대회 흥행카드 역할을 하는 제가 UFC로 이적하면 단체 운영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남의철은 한 달 여간 고심을 거듭하다 최근에야 UFC행을 확정했다. “정 대표님이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이다 보니 선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세요. 같이 현역선수로 뛸 때도 ‘따뜻하고 좋은 형’이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시간이 갈수록 대표님 마음에서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대회사는 신경 안 쓰고, 남의철 이라는 사람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저한테 전달된 거죠. 그런데 그 마음 아니까 가슴 찡하면서 더 못 가겠더라고요.”
남의철은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저돌적이고, 투지 넘치는 격투 스타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로드FC 최고 명승부로 꼽히는 지난 10월 쿠메와의 1차 방어전에서는 오른 손등 뼈가 부러졌음에도 종료 직전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시아 파이터는 UFC로 옮기면서 격투 스타일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 타격 위주의 화끈한 스타일을 버리고, 그래플링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이다. 그러나 남의철은 지금의 스타일을 고수할 생각이다. “UFC 모회사 ‘주파’(Zuffa)가 이탈리아어로 ‘난타전’이라는 뜻이래요. UFC는 공격적이고 치열한 시합을 원하고 추구해요. 저도 그런 격투 스타일을 갖고 있어요. 더 남의철 답게 할 생각이에요.”
마찬가지로 계체량에서 눈싸움도 계속 할 생각이다. 마주 선 상대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잡아 먹을 듯이 노려보는 제스처는 남의철의 트레이드마크. “한 두 명씩 이기다 보면 더 많은 팬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UFC 데뷔전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주먹 골절은 많이 회복됐지만 무리하고 싶지는 않다”는 그다. “일단 라이트급에서 뛰지만 페더급이 더 경쟁력 있다면 체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남의철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저는 로드FC의 메신저 역할로 UFC에 출전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남의철, 로드FC 챔피언 남의철, 원래 남의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고, UFC 뿐만 아니라 로드FC에도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국가대표로, 로드FC 대표로 싸운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