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 (자료사진)
홍준표 경남지사가 취임한지 19일로 꼭 1년이 됐다.
전임 지사 때부터 추진된 거가대교 자본재구조화를 마무리 해 세금부담을 줄이고, 지역 기업이 지역 대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취업하도록 알선한 것이 홍 지사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을 시작으로 불거진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약속했던 서민공약들을 잇따라 파기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진주의료원. (자료사진)
◈ 103년 역사 진주의료원 강제폐업…갈등과 대립으로 보낸 10개월
홍 지사는 취임 한지 두 달여 만인 지난 2월 26일, 103년 역사의 도립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환자들은 모두 병원을 떠나라고 했다.
이날 행정부지사가 대신 읽은 발표문에서는 폐업의 이유로 노조가 언급되지 않았다. 당시 폐업의 이유는 적자와 부채였다.
그러나 반발이 거세지자 홍 지사는 ‘강성노조’, ‘귀족노조’를 들고 나왔다. ‘노조천국’, ‘강성귀족노조의 놀이터’ 등등 7~80년대 노동탄압 시절 쓰이던 용어들을 쏟아냈다.
“강성귀족노조를 위해 단 한 푼의 세금도 쓸 수 없다”는 선언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노조원의 임금이 다른 지방의료원의 평균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드러났고, 경상남도가 작정을 하고 진주의료원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였지만 경영진의 무능과 비리만 부각될 뿐이었다.
이후 진주의료원은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했고, 국회의원 선거 낙선 후 ‘갑자기’ 도지사가 된 정치인 홍준표의 존재감은 급상승했다.
일각에선 "진주의료원 폐업은 홍 지사가 보수의 아이콘이 되려는 전술"이라는 분석이 쏟아졌고, 실제로 홍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여당의 한 정치인은 “청와대도 안 보이고, 국회도 안 보인다. 홍준표 밖에 안 보인다”고 했을 정도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국회도, 대통령도 못말린 홍준표진주의료원 폐업은 국정조사의 대상까지 됐다. 여야 합의로 진주의료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결정하고, 홍준표 지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당시 홍 지사는 “내가 친박이었어도 이렇게 핍박했겠냐”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로 화살을 돌렸다.
증인불출석에 따른 동행명령이 내려지자, 홍 지사는 “내가 범죄자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정조사를 거부하며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은 지방 고유사무로 국정조사의 대상이 아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국정조사 특위는 현장조사와 보건복지부, 도청 공무원, 진주의료원 직원 등을 상대로 국정조사를 벌였고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하라"는 내용의 결과보고서를 여야합의로 채택했다. 그리고 결과보고서는 본회의까지 통과됐다.
그럼에도 홍 지사는 이를 거부하고, 청산을 강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동도 의미가 없었다.
지난 7월 18일 박 대통령은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해 “착한적자라는 말이 있다. 그냥 적자가 아니라 공공의료를 하다보니까 필요한 적자라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홍 지사의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꿈쩍도 않고 폐업과 청산을 강행했다.
◈ 계속되는 서민 공약파기…"공약집에는 없다" 발뺌까지지난해 10월 26일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새누리당 경선후보 방송토론회.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는 "밀양송전탑은 (고향)창녕을 지나가기 때문에 창녕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며 "밀양 송전탑은 고압선이 지나가면서 아직 검증되지 아니하기에, 암도 발생하고 가축도 문제가 되고 한다. 지하화(지중화) 문제를 포함해서 밀양 주민들이 손해가 없도록 중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월 17일에는 "주민들이 염려하고 있는 건강에 대한 우려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며 "보상만 운운하며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홍 지사는 이 약속을 저버린다.
반대대책위는 물론 한전도 "경남도나 홍 지사측으로부터 중재제안을 받은 적이 없고, 중재가 진행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중재는 커녕 홍 지사는 밀양주민들에게 "더 이상 대안이 없다"며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했다.
홍 지사는 "전력난이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며 "대승적 견지에서 이 사업의 불가피성을 깊이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반대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외부세력"이라 칭하며 "추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선거 땐 "전면 무상급식 확대"…예산 삭감하고는 "공약집에 없다"지난해 12월 당시 홍준표 후보는 "무상급식 전면확대에 동의하며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당선 후에도 그는 "예산이 부족해도 복지예산을 감축해서는 안 되고, 도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지사는 내년 예산에서 무상급식 예산 74억을 삭감했다.
야권의 도의원이 공약파기를 비판하자 "공약집에는 없다"며 "무상급식 확대를 약속한 진보좌파정부 김두관 전 지사한테 말해라"고 색깔론까지 씌우며 떠넘겼다.
◈ 진주의료원 폐업 대신 하기로 한 "서민 무상의료" 약속도 7개월 만에 파기진주의료원 폐업으로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홍 지사는 지난 4월 23일 서민의료대책발표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홍 지사는 "도내 7만8천여 명의 의료급여 1종 수급자를 대상으로 진료비 중 건강보험 대상이 되는 본인부담금 전액(32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5월 29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하면서도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그 예산으로 서민무상의료 실현을 위해 1종 의료수급자에 대해 본인부담금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경상남도는 "1종 수급권자의 무상의료는 보건복지부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실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1종 수급권자가 2년에 한번 받게 되는 위와 대장암 검진 때 원하면 수면내시경을 할 수 있도록 비용(6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유방암 검진 후 유소견자에 한해 초음파 비용(8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의 협의도 없이 발표부터 하고 본 '무상의료' 약속은 파기됐고, 결국 '수면내시경'과 '유방초음파 검사비' 지원이 진주의료원 폐업에 따른 서민의료 대책이 됐다.
◈ "현직 도지사 재공천 될 것" vs "복지, 서민정책 후퇴 부담"홍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자신하고 있다. 현역 단체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명분을 찾기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홍 지사는 "지난 경선 때 그 어려운 여건에서도 이겼는데, 이번엔 현직인데 가만히 있어도 공천된다" 고 자신하고 있다.
그리고 공천경쟁자인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과거 '친이'전력 때문에, 박완수 창원시장은 통합창원시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홍 지사 공천에 무게를 두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강제폐업과 무상급식 예산 삭감 등 서민공약을 파기한 홍 지사를 재공천할 경우 정부여당의 '서민복지정책 후퇴'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홍지사의 재공천을 부정적으로 보는 관측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의료민영화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103년 역사의 공공병원을 폐업시킨 인물을 공천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진주의료원 사태를 지내면서 국회와 청와대, 그리고 '친박'운운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적인 대립각을 세운 것도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