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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라디오의 새로운 실험, '오픈 스튜디오'

지난 주말 오후 목동 CBS광장.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항상 사람이 많아 목동의 타임스퀘어로 불리는 이 광장에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모여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뭔데, 저기서 뭐해?"라며, 궁금한 마음에 모여 있는 인파 틈으로 들어와 까치발을 들고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네모났지만 각지지 않은 대형 박스, 그 위에 비스듬히 솟아 있는 안테나, 동그란 모양의 커다란 스피커와 채널까지…. 영락없는 라디오다. 대형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박스 안에는 스튜디오가 차려져 있고, DJ가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 중이다.

(황진환 기자)

 

'아~ 라디오 방송이구나.' 궁금증이 해결됐나 싶은데 여전히 발걸음을 떼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문다. 자기도 모르게 방송에 집중한 채 박스형 스튜디오 안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지켜본다.

◈ 유리창에는 사연 쓴 포스트잇이…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지난 11월 11일 오픈 스튜디오 제막식 후 첫 생방송 테이프를 끊은 '12시에 만납시다'(CBS 음악FM 93.9MHz)의 김필원 아나운서는 10년 동안 수없이 방송을 해봤지만 굉장히 색다른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숙방송'이 점점 좋아진다"는 너스레를 떨면서 오픈 스튜디오에서 바라본 거리 풍경을 실시간으로 올려 청취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오픈스튜디오 첫 생방송을 시작한 CBS 음악FM '12시에 만납시다 김필원입니다' 방송 모습. (황진환 기자)

 

오픈 스튜디오는 어느새 목동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오픈 스튜디오 안으로 갑작스레 불러들여 인터뷰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낮 2시부터 4시까지 방송되는 '라디오스타'(FM 98.1MHz)의 DJ 김광한 씨는 1주일에 3~4회 오픈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을 한다. 길 가던 청취자를 스튜디오로 불러들여 즉석 인터뷰도 진행하고 방송에 나가지 않는 '비방용' 토크백으로 인사도 나눈다.

오후 4시 해가 짧은 요즈음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할 때 오픈 스튜디오에서는 7080가요가 흘러나온다. CBS 음악FM '가요속으로'(93.9MHz) DJ 박승화 씨가 진행하는 시간. 음악을 들려주고 사연을 소개하면 지나가던 사람들은 포스트잇에 신청곡과 사연을 적어 오픈 스튜디오 유리창에 더덕더덕 붙이기 시작한다. 음악다방에서 신청곡을 종이에 적어 슬며시 밀어 넣던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난다.

인터넷 라디오 '레인보우'로 또는 문자로 신청곡을 보내고는 언제쯤 소개되나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흥이 오르면 통기타를 들고 박승화 씨가 라이브도 한 곡 불러주는 등, 즉석 미니 콘서트도 진행된다.

◈ 광장으로 나온 청취자와 함께하는 오픈 스튜디오…일상적인 친근감 전달

이처럼 라디오의 문턱이 낮아지자 청취자들은 더욱더 적극적인 사랑을 보내온다. 어느 청취자는 방송을 듣고 뜨끈뜨끈한 고구마를 삶아 직접 들고 찾아왔고, 또 다른 청취자는 오픈 스튜디오로 피자 배달을 시켜줬다. 제작진들은 "이러다 '짜장면' 배달시켜 먹으며 방송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서울 목동 CBS 오픈스튜디오 앞에 성탄트리가 설치됐다. (황진환 기자)

 

처음엔 지나가는 사람들 시선이 불편하기만 했던 제작진들도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라디오의 편안함'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꾸며낸 볼거리가 아니라 '일상적인 친근감'을 그대로 전달하자는 의도대로 오픈 스튜디오는 한 달도 채 안 돼 사람들에게 잔잔히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타 방송사에도 오픈 스튜디오가 있다. 하지만 대개는 건물 안에 있는 반쪽짜리다. 오픈 스튜디오라는 이름에 맞게 광장으로 나온 건 CBS 오픈 스튜디오가 처음이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햇살이 비치는 거리의 풍경을 창가에 앉아 구경하지 않고 거리로 직접 나와 사람들과 소통하는 오픈 스튜디오. 스튜디오 블라인드에 붙어 있는 '라디오, 햇빛 속으로'라는 문구가 청취자와 소통하고자 하는 CBS 라디오의 조용한 실험을 의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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