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장기 단식으로 건강이 크게 악화한 나이지리아인 망명 신청자를 상대로 무리한 강제추방을 집행해 여론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내무부는 단식투쟁 중인 망명 신청자를 추방하려고 전세기까지 동원했지만, 나이지리아의 착륙 불허조치로 비행기가 다시 돌아와 혈세만 날렸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내무부는 망명신청 거절에 맞서 100일째 단식 투쟁을 벌여온 나이지리아인 이파 무아자(47)를 지난달 29일 전세기에 태워 본국으로 전격 추방했다.
무아자는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으로부터 신변 위협을 받고 있다며 제기한 망명 신청이 거절되자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낫다며 단식 투쟁을 벌여왔다.
내무부는 단식 장기화로 인도적 조치를 요구하는 여론이 고조되자 무아자의 건강 상태에 아랑곳없이 추방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는 강수를 뒀다.
이를 위해 업무시간을 넘겨 법원의 추방명령을 받고 11만 파운드(약 1억9천만원)짜리 전세기를 동원하는 긴급작전을 진행했다.
변호인 측은 마지막까지 지지자 120여 명의 시위 속에 재심요청으로 맞섰지만 이마저도 기각돼 무아자는 쇠약한 몸으로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그를 태운 비행기는 나이지리아 당국의 착륙 허가를 받지 못해 몰타를 거쳐 20시간 만에 런던으로 되돌아오는 소동을 겪었다. 무아자는 히스로공항 인근 불법이민자 시설에 재수용됐다.
변호인과 지지자들은 인권을 무시한 성급한 추방 집행으로 전세기 비용 등 혈세 18만 파운드(약 3억1천만원)를 허비했다며 2차 추방은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후원 운동에는 영국 배우 줄리엣 스티븐슨과 해리엇 월터, 작가 텔라 더피 등 명사들과 앰네스티인터내셔널과 리버티 등 인권단체들이 가세하고 있다.
자유민주당 로저 로버츠 상원의원은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의료진의 경고를 무시한 추방 결정에 경악했다"며 "인권을 억압하고 혈세를 낭비하는 이런 시도는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