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 UFC에서 데뷔전을 치를 것으로 보이는 방태현(사진 제공=방태현)
지난 27일 방태현(30, 코리안탑팀)의 UFC 진출이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다수 팬들이 '방태현이 누구야'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방태현의 개명 전 이름이 '방승환'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방태현은 2008년 일본 격투기단체 '딥'(DEEP) 챔피언에 등극하며 일찌감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인 종합격투기 선수가 해외단체에서 챔피언에 오른 건 그가 처음이다. 통산전적 23전 16승7패(8KO).
올해 1월에 방태현으로 개명했다. 작년 9월 전역 후 어머니가 개명을 권유했다.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던 차에" 어머니가 이름을 바꿔보라 해서 그는 망설임 없이 개명절차를 밟았다. "어릴 적, 어머니가 '승환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면 고생한다'고 귀띰해주신 적 있어요.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후 어머니 지인께서 또 같은 말을 하셨죠."
작명소에서 몇 가지 후보를 말해줬고, 그중 '태현'(太賢)을 선택했다. "이름은 뜻보다 획수가 중요한데 획수가 적당했고, 이름 안에 '가정'과 '사랑'이 들어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죠."
방태현은 새 이름이 마음에 꼭 드는 눈치다. 그런데 "바뀐 이름이 입에 익지 않은 탓에 '승환'과 '태현'에서 한 글자씩 따와 '태환아~'라고 부르는 지인도 더러 있다"며 웃었다. 기자 역시 전화 인터뷰 중 "방태환 선수~"라고 부르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웃음으로 무안함을 얼버무리는 기자에게 방태현은 "수영선수 박태환 때문에 그런가"라며 쿨하게 받아넘겼다.
"개명을 하면 주변에서 바뀐 이름을 자꾸 불러줘야 된다. 그래서 선배님들한테 일일이 '방태현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그는 "덕분에 지금은 태현이로 불러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방태현은 이름을 바꾼지 1년 만에 파이터로서 꿈꿔왔던 UFC에 진출했다. '개명 효과'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이름 덕분만은 아니겠지만 좋은 일이 생겨 기쁘다"면서 "지금까지 제 인생은 혹한기 였는데, 이제 '봄이 오겠구나'라는 희망이 생긴다"고 미소를 띄웠다.
매서운 추위에 뺨이 얼얼한 계절이지만 '서른 살' 방태현에게 올 겨울은 따뜻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