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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을 벤치마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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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배의 音樂別曲

 

10대와 기성세대의 간극을 좁힐 만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선 기성세대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 거창하고 큰 투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을 구매하고 공연장을 찾아가 음악을 즐기면 된다.

요즘 TV에서 방영되는 음악 방송이 대부분 10대 위주의 방송으로 편성돼 불평불만이 많다. 하지만 이는 대중문화를 10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언제부터 음악 시장의 주체가 10대가 되었을까. 왜 방송국에선 10대 위주의 방송을 편성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생각해보면 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체는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30대 이상의 성인들이다. 그러나 현재 대중화를 즐기고 선도하는 주체는 경제력이 부족한 30대 이하의 대중이다. 잠시 7080음악이나 통기타 포크 음악이 유행했지만 음악 시장의 주요 타깃은 여전히 10대다. 요즘은 음악을 듣기 위해 앨범을 구입하는 성인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나 그룹의 앨범을 사서 듣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1950년대 미국을 보면 이 현상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다. 그 시절 음악을 즐겼던 주체는 30대 이상의 백인 성인이었다. 레코드ㆍ전축ㆍ라디오 등의 가격이 비싸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음악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소년과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젊은층은 부모세대가 듣는 음악을 같이 들어야 했다.

1950년대 대중적으로 인기를 누렸던 음악은 흑인 음악인 '재즈'와 '리듬앤블루스'였다. 하지만 백인과 흑인의 지위가 달라 흑인 음악을 저급하게 생각했고 자녀에게 흑인 음악을 들려주지 않으려 했다. 10대들은 유행하는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던 중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변화를 이끈 것은 트랜지스터 라디오의 발명과 레코드 기술의 발전이었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저렴한 라디오가 급속하게 보급됐고 10대는 더 이상 부모가 소장하고 있는 음악만 들을 필요가 없어졌다.

라디오에선 클래식ㆍ팝ㆍ재즈ㆍ라틴ㆍ리듬앤블루스ㆍ컨트리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심지어 부모들이 들려주지 않았던 흑인 음악을 듣는 것도 가능해졌다. 또한 레코드 기술의 발전으로 몇곡의 음악을 넣은 싱글 앨범제작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앨범 가격이 싸졌고 10대들은 얼마 안 되는 용돈으로도 원하는 앨범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앨범 구매의 새로운 타깃이 생긴 것이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기도 했다. 라디오의 유행으로 흑인들이 즐기던 '리듬앤블루스'가 백인에게 인기를 끌자 음반 제작자는 흑인 음악이라는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백인 가수에게 '리듬앤블루스'를 부르게 했다. 이렇게 탄생한 음악이 바로 '로큰롤'이다. 로큰롤은 기성세대에겐 그야말로 단지 시끄러운 음악이었지만 10대에겐 새로운 음악이었으며 탈출구였다. 이때부터 음악 산업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10대가 등장한다.

10대는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구입하고 좋아하는 가수에게 투자한다. 그 결과 방송국은 시청률과 광고주를 위해 10대 위주의 방송을 전면에 배치한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기업 측에선 돈을 더 많이 쓸 것 같은 고객을 마케팅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낳은 부작용도 있다. 당장의 인기를 위해 너무 많은 1회성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인기를 끌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나지 않는 음악이 넘쳐난다.

10대와 기성세대의 차이를 줄이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 거창하고 큰 투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을 구매하고 공연장을 찾아가 음악을 즐기면 된다. 10대 위주의 음악만이 돈이 된다는 생각이 바뀌어야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전임교수 jazzinba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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